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최근 세 차례 대선 투표율은 16대 70.8%, 17대 63.0%, 18대 75.8%로 60∼7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4, 5일 이틀간 진행된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전체 4200만여명 가운데 1100여만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체 투표율이 80%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97년 15대 대선의 80.7%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투표율이 높으면 대체적으로 야권에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8, 29일 진행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30대였다.
애초 사전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이유 자체가 고령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는 등 보수층이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대선 투표일 당일인 9일 투표장에 대거 몰려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전투표율은 호남 지역이 높지만 실제 유권자 수를 반영하면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 영남지역의 사전투표율은 경남과 경북이 각각 26.83%, 27.25%로 전남 34.04%, 전북 31.64%에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하지만 유권자 수를 반영해 비교하면 경남이 274만여명이고 전북은 153만여명에 불과하다. 보수층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경우, 진보 진영 후보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보수층의 최종 선택지도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은 정권교체 요구에 밀려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보수층에게 남은 선택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이외에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라는 전략적 카드가 있다.
‘깜깜이 선거’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홍 후보에게 보수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 같은 흐름이 막판 대선에서 투표 결과로 드러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1,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43%가 홍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20%, 10%에 그쳤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선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실시된 6차례 대선에서 야권성향 후보들에게 대부분 90%대의 몰표를 줬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도 호남 투표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전략적 투표’가 전통인 이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 2일 전국 유권자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문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44%의 지지율로 29%인 안 후보를 제친 바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문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 후보 선대위 박지원 중앙상임선대위원장 “사전투표 결과를 보고 전남과 광주를 돌아본 결과 호남은 (안 후보에게) 뭉쳤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마지막까지 4, 5위 자리를 놓고 사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각각 홍, 문 후보의 지지층과 상당 부분 겹쳐 있다. 심 후보 득표율이 높을수록 문 후보가 불리해지고, 유 후보가 표를 많이 얻으면 홍 후보는 그만큼 득표율이 빠질 공산이 크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