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끝이 아니다. 폰지게임의 생명력은 질기게 이어졌다. 100년 세월을 타고 지구촌 곳곳에 파고들었다. 미국에선 버나드 매도프가, 한국에선 조희팔이 그 생명력을 입증했다. 희대의 사기꾼인 그들은 모두 폰지의 후예들이다. 증권거래소 이사장까지 지낸 매도프는 수십년간 폰지사기를 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야 뒷덜미를 잡혔다. 사기 규모가 650억달러, 우리 돈으로 70조원이 넘는다. 그보단 작지만 조희팔 일당의 사기 피해 규모도 5조원에 달한다.
폰지사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수익 창출은 없는 ‘돌려막기’일 뿐이다. 운이 따르면 매도프처럼 꽤 오랜 시간 세상을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 언젠가 들통난다. 폭발이 예정된, 시한폭탄과 같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
폰지게임을 닮은 정부 정책도 결국 끝을 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서 집과 관련해 벌어지는 폰지게임은 언젠가 그 끝자락에 이르게 되고 집값이 높을수록 거품 붕괴의 충격은 더 커진다.” 경제석학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부동산 정책 관련 논문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거품 붕괴는 아직 잠복한 위험이지만 거품의 폐해는 진작 현실화했다. 무엇보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이 커졌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아득해졌고 치솟은 주거비와 급증한 부채로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집을 갖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치솟은 집값 부담은 자녀 세대에게 전가된다. “후손들의 소득을 빼앗아오는 짓이며 국가 불행을 키우는 일”(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집값은 절대 다수에게 위험한 부메랑일 뿐이다.
친박 실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화끈하게 단기 부양책을 밀어붙일 때 원로들의 걱정과 비판이 없지 않았다. 조순 전 한은 총재는 “장래 안정과 성장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라고,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동산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과거 연장선의 정책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경제팀은 코웃음만 쳤다.
내일 정권이 바뀐다. 새 정권은 부디 ‘숫자’를 꿰맞추려 집값을 띄우는, 저급하고 위험한 정책의 유혹부터 단호히 뿌리치기 바란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노태우정부에선 토지공개념까지 도입하며 대개혁을 추진한 역사도 있다. “부동산값 상승이 불평등 심화, 국민생활 빈곤화의 근본원인이라고 봤기 때문”(당시 박승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문제의식은 더욱 절실하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땅값, 집값 높은 것이 이 나라 경제 운용에 암적 존재인데 왜 대선 후보 공약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서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없는지, 참 이상하다”고 개탄했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