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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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포스트 대선 정국…누가 이겨도 여소야대 '가시밭길'

협치 없이는 국정운영 사실상 불가…갈등치유·국민통합 급선무
후보 성적표 따라 정계개편 '회오리' 관측도…지방선거까지 '시계제로'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벌써 누가 당선되든 '포스트 대선' 정국을 운영하기 녹록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당장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혁과제 추진은커녕 인사청문회를 통한 내각 구성부터 쉽지 않으리라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협치를 기반으로 국정을 끌고 갈 수밖에 없지만, 이번 대선 역시 이념·세대간 대결 구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만큼 당선자가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각 후보의 성적표에 따라 정당간 이합집산을 비롯한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시계제로'의 안갯속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대세론'을 앞세워 대선 승리를 자신하지만 득표율이 얼마나 될지에 따라 대선 이후 입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막판 득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과반이나 2위와 격차가 크게 차이나는 득표를 거두며 '압도적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면서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다만 승리하더라도 '압도적 지지'를 받는 수준이 아니라면 국정운영이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여소야대에서 총리 인선이나 내각 구성 등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하반기 추경예산 편성이나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을 두고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다면 집권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야당 당사를 찾아가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으로서는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민의당·정의당과의 관계 설정이 주요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문 후보의 경우 두 야당과의 소연정 가능성, 나아가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어 이런 움직임이 정계개편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거리다.

또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협치를 끌고 갈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만일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민주당은 혼돈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책임론이 불거지며 문 후보 측근이나 당 지도부는 단숨에 최대의 위기에 몰릴 수 있으며, 나아가 당 전체의 분열로 이어지며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경우 당선 여부뿐 아니라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따라 범보수 진영의 재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홍 후보가 '막판 대역전'에 성공하면 한국당은 집권 여당의 지위를 6개월 만에 되찾는다.

자연스럽게 보수 진영도 홍 후보와 한국당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은 한국당의 '구심력' 영향권에 든다.

홍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당당한 2위'의 득표율을 올릴 경우 한국당 내 홍 후보의 지분이 커진다. 자신의 표현대로 "'박근혜당'이 아닌 '홍준표당'"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원근감에 따라 분류됐던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계파 분류는 의미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가 지난 6일 바른정당을 탈당한 비박 의원들의 복당과 당원권이 정지된 친박 의원들의 징계 해제를 한꺼번에 단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홍 후보와 선거운동 기간 날카롭게 대립한 데다, 한국당 내에서도 유 후보와 그의 측근 그룹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해 두 당의 완전한 재통합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가 3위에 머무르거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한국당은 또 한 차례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을 두고 당내 분란이 커지면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 구도가 표면화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보수 진영의 궤멸을 우려,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히려 당내 결속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 역시 안철수 대선후보의 성적표에 따라 당의 명운이 좌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현재의 정국은 제3당인 국민의당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이 이념적으로 양 극단에 있는 정치세력보다는 '중도'를 택했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기존의 거대 양당체제가 무너지면서 그야말로 다당의 협력체제에 의한 국정운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국민의당의 경우 의석수가 40석에 불과하지만, 집권 여당이라는 지위를 갖게 되는 만큼 이런 협치 체제와 정계개편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같은 야권진영의 1당인 민주당 내부의 균열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고, 범보수 진영의 이합집산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혹시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2위'를 차지한다면 여전히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를 쥐고서 만만찮은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안 후보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도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인 만큼 '영남 후보'인 문 후보나 홍 후보 가운데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가 3등을 하거나 1위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 2위를 한다면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

안 후보나 지금의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한 목소리도 새어 나올 수 있다.

민주당과 통합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내 친안(친안철수)파 의원들과 호남지역 의원들 사이에 간극이 커지면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 경우 유승민 후보가 만일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계속 생존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당제 아래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일각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이며, 한국당과의 보수 주도권 경쟁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 후보의 성적이 기대 이하일 경우에는 당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지역 조직들의 요구에 떠밀리듯 지난 2일과 같은 바른정당 집단탈당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진보정당 최초로 두 자릿수 득표에 성공한다면 정의당 재도약의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통해 각종 개혁입법을 주도하면서 진보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다만 충분한 득표에 실패할 경우에는 내부에서 '세대교체론' 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민주당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내부 분열도 격해질 우려가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