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유행어 등이 중심이었던 이전과 달리 이번 대선에 임한 후보들은 자신을 뽑아달라는 의미를 내포한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한편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줄임말도 양산했다. 이에 일각에선 네거티브 공격의 우회적 변형으로 신조어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상대 향한 견제 -'홍찍문', '안찍박'
2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강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자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물론 안·홍 후보 간 신경전에서 비롯된 줄임말도 등장했다.
국민의당 측에선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홍찍문’이란 신조어를 적극 이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6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홍 후보를 찍으면 문 후보가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중인 홍·안 후보로 표가 갈리면 1강인 문 후보에게 득이 되는 만큼 안 후보 쪽으로 몰표를 달라는 게 국민의당 측 주장이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반문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에서 탄생한 신조어인 셈이다.
한국당 측에선 ‘안찍박’으로 맞섰다. 안찍박은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상왕이 된다’는 말을 줄인 것이다. 호남 세력에 적대적인 경향을 보이는 보수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든 신조어로 보인다. 박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명으로, 안 후보를 찍게 되면 박 대표를 지지하는 것이 꼴이 되고, 결국 호남에 유리한 선거를 만들게 된다고 유권자들을 자극하고자 지어낸 말로 분석된다.
서로 다투는 두 후보지만 문 후보를 공격할 때는 입을 모았다.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국정 농단 장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연관시켜 '문유라'(문준용+정유라)와 '문찍김'(문재인을 찍으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에게 간다) 등의 네거티브성 신조어를 널리 퍼뜨리는 데는 힘을 합쳤다.
한때 지지율 1위 자리를 두고 다퉜던 문·안 후보 간에는 상대 지지자를 '문슬림, '안슬림'이라며 비방하면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상대 지지자들이 지나치게 열성적이고 과격해 이슬람교 신자를 보는 듯하다고 고 이렇게 부른다는 후문이다.
◆내가 진짜 대통령감-'투대문', '강철수', '홍도저' 등
대선 여론조사 기간 내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문 후보 캠프에선 일찌감치 대세론을 주장하면서 이런 성향의 신조어를 유세 등에서 이용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과 '아대문'(아버지가 출마해도 문재인),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혹여 낙관론으로 문 후보의 지지층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까 우려해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이 문재인)을 목터지게 외친다. 좀더 급진적인 진보 성향을 보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선전하면서 지지층이 이탈할까 하는 우려도 담은 신조어로 보인다.
안 후보는 신조어로 미래를 준비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대미안(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과 ‘안파고(안철수와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더한 합성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은 안 후보는 스스로 ‘강철수’(강한 안철수)라 부르며 표심을 자극했다. 일각에서는 '독철수'(독오른 안철수)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 과거와 달라진 안 후보를 알리는데 열을 올렸다.
한국당 측은 ‘홍찍자(홍준표를 찍으면 대한민국을 지킨다)’와 함께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불도저와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해 ‘홍도저’(홍준표+불도저)로 연일 홍보하고 있다. 홍 후보의 시원스런 일처리를 강조한 '홍코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와 '문안홍'(문재인을 열고 안철수를 보니 홍준표만 보이더라), '문(재인) 닫고 (안)철수해라' 등 비교우위를 주장하는 신조어의 유행에도 힘쓰는 모양이다. 돌출발언과 공격적 토론을 지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아 홍 후보에게는 '홍트럼프'(홍준표+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한국당은 이 또한 홍보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사표 두려워 말라-'심알찍', '유찍유'
선거운동 기간 4~5위권에 머물렀던 심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진영은 사표를 우려해 표심이 돌아서는 것을 막고자 '심알찍', '유찍유' 등 신조어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심알찍은 '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 유찍유는 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된다는 말을 각각 줄였다. 사표를 걱정하기보다 소신있게 한표를 행사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 후보는 지난 3일 서울 강남역 선거유세 현장에서 “저를 찍고 싶은데, 사표가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며 “그러나 그분들이 모두 저를 찍어주시면 제가 대통령 되는 것 아니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전 대선까지 다소 과격한 이미지로 평가받았던 심 후보는 이번에는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사랑스러운 별명을 얻는 쾌거를 올렸다. TV 토론 등에서 '사이다' 발언을 통해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린 그는 유권자에게 적극 다가서는 선거운동을 통해서도 호응을 얻고 있어 진보정당 대선 후보 중 역대 최고 득표율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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