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낮은 선거율에 반영된 정치 불신, 취약한 지지기반 등은 앞으로의 정치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투표 직전 불거진 마크롱 측 정보 유출 문제는 그 주체와 내용에 따라서 6월 총선을 뒤흔들 변수로 받아들여진다.
승리의 환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왼쪽)와 부인 브리짓 트로뉴가 7일(현지시간) 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열린 당선 축하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는 부패정치 청산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AFP통신 등 외신은 분석했다. 급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는 구체제나 인물 청산을 의미하는 ‘데가지즘’(Degagisme)을 언급하면서 1차 투표 막판까지 선전했다.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저성장과 10%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 기존 거대 정당의 부패, 프랑스의 위상 약화로 ‘다 갈아엎자’는 여론이 확산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결국 좌우 진영을 대표하던 프랑수아 피용(공화당) 후보와 브누아 아몽(사회당) 후보 등 기성 양대 정당 후보자의 결선 진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선에서는 구체제 청산 바람에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반이슬람·반세계화,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르펜 후보의 극우 성향 주장이 오히려 마크롱에게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결선투표에서는 극우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반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파리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마틴 누릿(52·여)은 NYT와 인터뷰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극우 후보에게 표를 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멜랑숑 후보를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피용과 아몽 후보가 결선에서 각각 마크롱을 지지하면서 표가 몰린 것도 마크롱이 압승한 배경이다.
외신들은 6월 총선 이후 마크롱 당선자가 어떤 대통령이 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창당한 앙 마르슈는 프랑스 하원(국민의회) 577석 중 단 한 석도 없다. 앙 마르슈는 오는 6월 11·18일 치러지는 총선 후보의 절반은 여성을, 절반은 정치 신인을 출마시킨다는 계획이다.
마크롱이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양대 정당이 500석 가까이 차지한 상황에서 신생 정당이 실험에 가까운 전략으로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선 결선 투표율은 74.7% 정도로 1969년 대선(68.9%) 이후 최저일 정도로 정치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상황이다. 이 역시 정치 기반이 없는 앙 마르슈로서는 불리한 정황이다. 프랑스 언론이 총선 이후 연립정당 구성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이다.
마크롱 측 리처드 페랑 선거본부장도 대선 승리 직후 TF1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여행은 이제 겨우 절반을 왔을 뿐이다. 우리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려면 의회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선투표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한 마크롱 측 해킹 정보도 내용에 따라서는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킹 주체가 러시아나 프랑스 내 다른 정당으로 확인될 경우 총선에서 앙 마르슈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