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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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갑철수 입니까"부터 "영감탱이"까지…그때 왜 그런 말을



문재인 시대가 열렸다.

제 19대 대통령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4%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3.3%로 예측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21.8%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크게 앞서는 수치로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0.8%) 등을 감안하더라도 승부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19대 대선 기간 중 주요 후보들의 아찔했던 발언과 이정표가 된 순간 등을 모아 봤다. 
지난달 25일 JTBC 주최 대통령선거 2차 토론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 TV토론서 "이보세요"

지난 4월 25일 JTBC 대선토론 2부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홍 후보가 "수사기록을 보면 당시 중수부장의 말은 노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요구했다고 돼 있다"고 따지자 문 후보는 "이보세요. 제가 조사 때 입회한 변호사입니다"라며 불쾌함이 역력한 어조로 받아쳤다.

그러자 홍 후보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하느냐. 이보세요라니"라며 발끈, 논쟁을 이어가려 했다.

이에 사회를 본 손석희 앵커가 적절히 화제를 돌려 접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논쟁이 이어갔다면 싸움꾼 홍준표 후보에 문 후보가 말려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도 있다. 
갑철수와 MB아바타 질문하는 안철수.

◇ 안철수 "제가 갑철수 입니까. MB 아바타입니까", 최대 패착이 된 셀프디스

지난 4월 23일 중앙선거위원회 주최로 열린 TV 합동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를 항해 "제가 갑철수 입니까.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물었고 뜬금없는 질문에 문 후보는 "무슨~"이라며 어리둥절해 했다.

안 후보를 향한 문 후보측의 네거티브 공세를 들춰내려는 공격적 발언이었으나 안 후보의 최대 패착이 돼 추격 동력을 상실했다.

이 장면을 본 상당수 국민들이 '지금 갑철수를 따질 때인가'라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두기 시작했다.

상대 네거티브를 지적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 '셀프 디스'한 것이 그야말로 안 후보진영엔 독약이 됐다.

실수를 느낀 안 후보측은 이후 선거전략을 비전제시로 변경했으나 '갑철수' 이미지를 넘지 못했다. 

◇ 홍준표 "세탁기" "돼지발정제' "영감탱이" 퍼레이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번 대선기간 내내 싫든 좋든 화제의 중심이 됐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열세였던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 올리고 보수결집 현상까지 불러 왔지만 확실한 안티층과 중도층의 회의론을 몰고 온 부작용 역시 만만찮았다.

홍 후보는 지난 4월 13일 1차 TV토론에서 정의상 심상정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세탁기 발언을 놓고 설전을 주고 받았다.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한 번 돌리겠다"며 국가 대개조의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이에 심 후보는 "세탁기에 들어갈 사람은 홍 후보이다"며 비판했다. 이를 받아 홍 후보는 "이미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응수했고 심 후보는 "고장난 세탁이 아니었나"고 꼬집었다.

홍 후보는 물러서지 않고 "(국제적으로 이름난)삼성세탁기다"고 맞섰다.

선거기간 중 홍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 속에 나온 '돼지발정제'로 곤욕을 치뤘고 선거막판 장인을 '영감탱이'로 표현한 것을 놓고 상대방과 입씨름 했다.

홍 후보는 지난 4일 유세 때 장인어른이 결혼을 반대했던 일화를 전하며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장인을 집에 못 오게 했고 장모만 오게 했다. 용돈도 장모님한테만 주면서 영감탱이와 나눠 쓰면 앞으로 한 푼도 안 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패륜논란이 일자 홍 후보는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 라고 하기도 한다"며 해명했지만 특정지역만이 정서적으로 이해가능한 말을 해 전국을 상대로 한 대선후보로 적절한지 의문을 낳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입니까?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 주적"이라고 물었다.

◇ 유승민, '국방백서 주적'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국방백서 주적 논란을 일으켜 보수층 대변자임을 과시했지만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드러나 일정부분 타격을 입었다.

지난 4월 19일 2차TV토론에서 유 후보는 선두주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가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유 후보가 "국방백서에 주적이라고 나온다. 정부 공식 문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후 여러장소에서 문 후보의 안보관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알고보니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은 지난 1995년 사용하기 시작하다가 2004년 삭제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으며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돼 있다.

4월하순에도 유 후보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빠져 나가 휘청거렸다.

이러한 순간에 열렸던 5월 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이순신 장군을 생각한다. 12척의 배가 남았다. 국민께서 손을 잡아달라"고 발언, 평소 30배의 후원금과 200배가 달하는 당원가입신청이 쇄도하는 등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지난 19일 KBS가 방영한 선관위 주최 제2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참여정부의 공과, 노동정책, 증세 방안 등을 추궁했다.

◇ 심상정, 문재인과 토론에서 "사기꾼 말을 믿지 정치인 말을 믿나, 자신 없는 공약은 내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가 역풍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TV토론 최고 승자로 인정받았다, 차분한 어조와 논리력, 선생님처럼 판을 정리하는 능력 등이 주목받았다.

반면 지난 4월 19일 2차TV토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책을 비판한 뒤 거센 역풍을 맞았다.

당시 심 후보는 "문 후보 복지 공약에 증세 계획은 전혀 없다. 지난 선거에서 13조7000억정도 증세계획이 포함돼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 따라가는 거 아닌가"라고 공격했다.

옥신각신하다가 문 후보가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 삭감했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반박하자 심 후보는 "문 후보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지난 5년간 준비하셨는데 지금 또 수정하면 되겠나"라며 "제가 정치인이 돼서 가장 아픈 말이 '사기꾼 말을 믿지 정치인 말을 믿나'다. 자신 없는 공약은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두고도 문 후보를 향해 "사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발언은 평론가의 언어지, 정치 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께서 이쪽저쪽 눈치보는 외교자세는 강대국의 먹잇감되기 제일 좋은 태도"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이후 정의당 온라인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심 후보에 대한 비판과 지지 글이 동시에 쏟아졌으며 일부 당원들이 탈당을 선언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