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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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마크롱, 국제 현안 조율 관심

25일 나토 정상회의서 첫 회담 / 美 기후협정 탈퇴·나토 분담비 증액 / 입장차 극명… 탐색전으로 끝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첫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8일 두 사람이 첫 전화통화에서 양국 현안과 국제정세를 간략히 논의한 뒤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양국의 굳건한 협력의 역사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크롱 당선자의 승리가 확정적이라는 프랑스 여론조사기관들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트위터에 “대승을 거둔 것을 축하한다”며 “함께 일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당선자의 전화통화와 회담 개최 합의는 속전속결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양국 정상이 국제사회의 주역으로서 그만큼 긴밀하게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치적 토양이 대조적인 두 정상의 회담 내용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우선 관심사는 미국 정부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여부다.

마크롱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협정 준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내걸었으며, 이르면 수일 내에 탈퇴 여부에 대한 방침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의 역할과 방위비 분담 증액을 놓고도 양국 정상은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이 당장 합의물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첫 정상회담은 탐색전으로 끝날 수도 있다.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정치적 시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대니얼 프리드 전 미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는 “(마크롱 당선은) 트럼프 외교정책이 작동할 지형을 바꿨다”며 “마크롱 당선자는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하는 위치에 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의 대선 승리로 트럼프 대통령에 동조하는 후보들이 각국 선거에서 대권을 잡을 길이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상징하고 있지만, 마크롱 당선자는 세계화와 개방주의를 앞세운 프랑스 중도신당 출신이다. 두 정상의 극명한 차이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지지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백악관은 프랑스 대선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이 뽑은 누구와도 함께 일할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일반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대를 강화했던 르펜 후보의 당선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