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와 첫 공식 일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8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파리 개선문에서 열린 2차대전 참전용사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 행사 참여는 마크롱 당선자의 첫 공식 일정이다. 파리=AFP연합뉴스 |
앙 마르슈의 리처드 페랑 선거본부장은 이날 파리에서 당명을 바꾸고 “마크롱 당선으로 정치 지형 재편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좌도 우도 아니다. 총선은 대선 승리의 두 번째 단계”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당선자는 평소 ‘프랑스 정치는 너무 식상하고 공허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좌와 우를 모두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페랑 본부장은 밝혔다.
앙 마르슈는 6월 11일과 18일 열리는 총선에서 577개 선거구 절반에 여성을, 나머지 절반에는 지역의 정치신인을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다. 공화당과 사회당 등 기성정당 출신도 일부 있지만, 프랑스 정치에서 수십년간 좌우를 가른 두 정당과 연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577명 명단은 오는 11일 확정지을 방침이다.
마크롱이 바라는 앙 마르슈의 미래는 ‘프랑스 공화당의 가치를 가진 진보주의자 가족’이라고 AFP는 전했다. 그는 정치 스펙트럼의 양끝에 도사린 중도 세력을 규합해 전반적인 정치 지형을 중립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 열망과 극우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마크롱 당선자가 엘리제궁에 입성하게 됐지만 총선은 다른 양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선 결선에서의 낮은 투표율이 변수로 꼽힌다. 25%가 넘는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마크롱 당선자의 지지율은 절반에 못 미친다.
400만표가 넘는 백지투표와 무효표도 걸림돌이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의 8.5%는 용지에 아무런 표기를 하지 않았고, 3%가량은 무효표였다. AP통신은 투표 직전까지 ‘극우 후보에 투표하지 않겠지만 마크롱을 지지할 수도 없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고 백지투표 현상을 진단했다.
대선 득표 결과 마크롱 당선자는 파리에서 90%가량 몰표를 받는 등 도심에서 낙승했다. 반면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는 지방에서 대부분의 표를 거둬들였다.
앙 마르슈가 지역의 정치 신인을 총선 후보로 대거 등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방의 경우 충성도가 강한 극우 정당의 후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앙 마르슈는 하원 500석 가까이 차지한 공화당·사회당과 연합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기존 정치 세력과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