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인정하는 洪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 첫 번째)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를 인정하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
홍 후보 선전에는 탄핵국면으로 위축됐던 보수층의 재결집이 밑바탕이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미국이 칼빈슨 항공모함 등 전략무기를 한반도로 급파한 상황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맞물려 안보 이슈가 부상한 것이 추격의 계기가 됐다. 홍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텃밭인 TK(대구·경북)를 10차례나 방문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민심’을 흡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막판에는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을 받아들이고,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에 대한 징계 해제조치까지 단행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홍 후보가 보여준 한계도 뚜렷하다. 홍 후보는 전술핵 재배치, 강성 귀족노조 척결, 기업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내세워 우파 가치의 지향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문 후보를 겨냥해 좌파 정부의 출현이 안보·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수층 표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박근혜정부와 차별화된 국가비전과 정권재창출의 명분을 제시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토끼 사수’에 사활을 걸었던 만큼 사실상 외연 확장은 포기하는 ‘2위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보수 적통경쟁이 신경전으로 비화하며 범보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홍 후보 특유의 거친 언사 뒤에 늘 따라붙었던 막말 논란도 지지율 상승국면에서 발목을 잡았다.
홍 후보는 포스트 대선정국의 범보수 진영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친박계와 바른정당 탈당파가 한데 모여 어수선한 상태인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고, 보수 부활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홍 후보가 다시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분당 사태를 겪으며 당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마땅한 후발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훙 후보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향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