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개표가 10% 이상 완료된 이날 오후 10시30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을 찾아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승복 메시지다. 그는 “지지해주신 국민, 당원, 당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쉬고 잠긴 목소리였다. 안 후보는 10여분 동안 침통한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을 위로한 뒤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모든 분께 감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선대위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안 후보 주변에선 “정계은퇴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안 후보는 앞으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내일 밝히겠다”고 했지만, ‘미래,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한 것이 정계은퇴는 아니라는 점을 못박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혈혈단신이었던 2012년과 달리 안 후보에게는 책임져야 할 정치세력이 형성돼 있다. ‘기득권 양당 정치’ 회귀를 막기 위해 국민의당을 존속시키는 것이 안 후보에게 남겨진 정치적 숙제로 꼽힌다. 안 후보가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1당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선거가 다가오면 어떤 형태로든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 선거를 지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한 만큼 의석 수 3위인 국민의당이 향후 국회 운영이나 정계개편에서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는 개헌 정국에서는 정치적 숙원사업인 결선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숙명의 라이벌’인 문 후보의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꾸준히 견제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 확실시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