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언론 보도로 촉발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헌정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의혹이 커지면서 광화문광장은 주말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의 함성으로 채워졌다.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찬성 234표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박영수 특검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국민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재판관 8인 전원의 판단으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31일 구속됐다. 전두환·노태우에 이은 세 번째 전직 대통령 구속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박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코너에 몰린 보수 진영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반 전 총장은 1월 12일 ‘정치교체’를 내세우며 사실상 대권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숱한 논란이 빚어지고 반 전 총장 측의 허술한 대응이 이어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반 전 총장은 2월 1일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보수층 표심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가는 듯했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은 당 경선룰까지 바꾸며 황 대행의 출마에 대비했다. 그러나 황 대행도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를 이유로 불출마를 선택했다.
보수표심의 이동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기인했다. 반 전 총장과 황 대행 이후 보수층 유권자들은 ‘대연정’과 ‘통합’을 내세운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기울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안 지사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정치를 하려 했다”는 발언으로 거센 후폭풍과 맞닥뜨렸다.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결국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후보가 57%를 득표하며 결선투표 없이 당 후보로 선출됐다.
‘반문정서’의 근원은 ‘문자폭탄’ 등 문 후보 지지자들의 과격성과 폐쇄성에 대한 반발이었다. 안 지사는 경선 기간 중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당 후보 선출 직후 이에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해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문 후보의 사과로 ‘양념’ 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생채기는 남았다.
반 전 총장, 황 대행, 안 지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선레이스에서 멀어지면서 보수표심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쏠렸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4월 초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와 문 후보 간 ‘양강구도’가 형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4월 11일 ‘단설 유치원 자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사립 유치원보다 단설·병설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의 공약으로 큰 반발을 불렀다. 이후 보수층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로 결집하는 양상을 띠었다.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대선후보 첫 합동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큰 영향력을 끼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짧은 대선레이스로 말미암아 유권자들이 TV토론을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TV토론에서 눈길을 끌었다. 심 후보는 토론 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3.9%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정작 유 후보는 2∼3%의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보수후보 단일화 및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2일 바른정당 12명 의원들의 탈당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유 후보 지지율이 솟아올랐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