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자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조모(56·여)씨는 “(문 당선자는) 이웃주민들을 항상 편하고 웃는 모습으로 대했다. 특히 아기들을 매우 좋아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문 당선자의 또 다른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매곡마을 주민 60여명은 마을회관에서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9일 서울 은평구 진관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어린 딸을 안은 한 유권자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날 투표가 끝난 뒤 전국 각 개표소에서는 개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선거 참관인들은 투표함을 세밀하게 살피며 잠금 핀을 연 흔적이 있는지, 제대로 붙지 않은 봉인 외에 다른 부정 의혹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서울 강북구 개표 참관인으로 나선 직장인 최모(34)씨는 “지난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는데, 나의 한 표를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여기 왔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 각지에서는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단원고 생존학생인 A(20·대학생)씨는 경기 안산에서 투표를 마친 뒤 “오늘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며 “새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두 손을 모았다.
대형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강원 강릉과 삼척 이재민들도 마음에 새겨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졌다. 강릉시 한 투표소를 찾은 김순태(81)·강순옥(79)씨 부부는 “집이 다 타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엄두를 못 내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인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최북단 서해5도 주민들과 경기 파주·연천 등 접경지 주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투표에 참여했다. 백령도 주민 김모(51)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노인 보행기에 의지해 투표소를 많이 찾았다”고 알려줬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위치한 파주 통일촌의 조석환 이장은 “누가 당선이 되든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안보 걱정을 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9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광역시에서는 114세 할머니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광주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 할머니는 문흥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며느리와 함께 참정권을 행사했다. 박 할머니는 “새 대통령이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와 가난한 이웃이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김소윤(110) 할머니도 동네 주민들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경기 남양주시와 안양시, 충북 청주시 등에서는 기표소 안에서 특정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촬영한 유권자들이 잇따라 적발됐다. 부산 강서구와 부산진구 등에서는 실수 또는 일부러 대리투표한 경우도 있었다. 울산에선 투표지 분류기가 오류를 일으키고, 너무 둔감하게 반응해 투표지가 대량으로 ‘미분류’되는 등 말썽을 부렸다.
송민섭·박진영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