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자는 임기 시작 첫날인 10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의 통상적인 첫날 일정에 더해, 헌정 사상 보궐선거로 선출된 첫 대통령인 만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당선자의 10일 첫 일정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오전 일찍 자택에서 합참의장과 통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한반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 없이 대선 직후 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으로서 군 통수·지휘권에 공백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이후 일정은 역대 당선자들과 마찬가지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로 시작한다. 현충원 참배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 당선자의 예외없는 첫 공식 일정이다. 문 당선자는 지난달 4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이뤄진 현충원 참배와 마찬가지로 10일에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모든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통합 행보를 펼친다.
이후 대통령 당선증 수령, 대통령 취임식 등의 통상 절차는 역대 당선자들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 문 당선자는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당선됨에 따라 두달여간의 당선자 신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 신분으로 전환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일 오전 8∼10시 사이 전체회의를 열어 문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확정하는 즉시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문 당선자는 당선자가 아닌 대통령 신분으로 당선증을 받게 되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 대통령 당선증을 10일 낮 12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침을 검토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이전 당선자들과 마찬가지로 대리수령을 결정했다. 안규백 사무총장이 경기 과천에서의 선관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당선증을 대리수령한다.
문 당선자는 공식 취임식은 이달 말로 미룰 전망이다. 대신 10일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한다. 문 당선자 측 핵심관계자는 “취임 선서는 법으로 규정된 절차가 아니다. 국민에게 당선을 보고하는 일종의 ‘세리머니’격”이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빈을 초청하는 대규모 공식 취임식을 열기에는 조기 대선을 치르며 당장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진 만큼, 행정자치부 주관의 취임선서를 국회에서 진행해 ‘약식 취임식’ 형식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공식 취임식에 대해 한 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달 말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문 당선자는 청와대로 이동해 군과 정보기관으로부터 안보현황 브리핑을 받으며 ‘문재인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한다. 문 당선자는 앞서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며 대통령 당선 시 야당 당사를 방문할 것을 공약했지만, 당사 방문 전 각 당 후보들과 사전조율이 필요한 만큼 야당과의 만남은 유동적인 일정으로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로 예정됐던 선대위 해단식도 일정 진행에 따라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