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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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안보 위기 서둘러 해결"… 韓·美 정상회담 조기 성사될까

개최 시기에 관심 집중/대통령 부재로 한국 입지 좁아져/ 취임선서에서 ‘필요시 訪美’ 강조/ 통상 당선 후 3∼4개월 지나 열려/“美선 일정 9월쯤으로 잡고 있어”
외교가 “언급 시기상조” 신중론도
中·日언론 “문재인 대통령 당선” 환구시보와 영문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언론은 10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오른쪽 사진은 문 대통령 당선 기사를 1면에 실은 10일자 일본 신문들.
베이징·도교=연합뉴스
전임 대통령 권한정지 후 청와대의 업무 공백이 5개월 만에 해소되면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한반도 정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리더십 교체, 3∼4월 한반도 위기 고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형 현안이 쉴새없이 쏟아지며 요동쳤다. 대통령의 빈 자리는 컸고 소위 ‘코리아 패싱’이라는 자해적 신조어까지 나오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강대국 사이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소외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탄핵 이후 대통령 선거까지 기간의 정상외교 공백을 만회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필요성이 거론됐다. 조속히 정상회담을 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현장에서 주도권을 찾고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조됐다. 오는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 간 만남이 예정돼 있지만, 그보다 먼저 한·미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6월 개최론’까지 언급됐다.

정부도 일단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선서식에서 “안보 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다”며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 조기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에서도 한국 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조속한 만남’을 강조한 발언이 나왔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주한 미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새 대통령을 언제, 어디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 대선 전 이미 미국 쪽에서는 한국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9월쯤으로 잡고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후보 캠프에서도 이미 그에 맞춘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도 통상 취임 3∼4개월 후 정상회담장에 섰다. 소식통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 일정이 있는 상황에서 일정을 우리 쪽에서 앞당기자고 한다면 우리가 한수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한·미 간 첨예한 이슈가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도 성급한 추진보다는 일단 국면을 조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할 경우 오히려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국내 정치 안정을 이유로 일단 상황 전개를 지켜본 뒤 정상회담을 갖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핵심은 시기가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상회담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