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대지가 뜨거워진다. 하루가 다르게 후끈거리는 열기가 거리 곳곳에서 느껴진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시장 골목 옷 가게 앞에 반코팅 목장갑이라 불리는 작업용 면장갑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초여름 따가운 햇살을 받고 있다. 길을 걷다 무심코 본 이것들은 판매용이 아니었다. 음식 가게들이 즐비한 시장이라 누군가의 목구멍으로 맛나게 넘어갈 음식을 만드는 데 제 임무를 다한 목장갑들이리라. 세탁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태어남을 겪고 있는 중이다. 봄볕이라 하기엔 무서워진 열기가 목장갑들의 환생을 부채질하고 있다. 어서 빨리 바짝 말라 주인의 손을 보호해줄 너의 기능을 마음껏 펼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