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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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창작 지렛대로”… 40억 내놓은 단색화 거장

미술시장 한류 주도 박서보 화백 / 年 상금 1억원 후원 ‘미술상’ 추진 / 세계 미술계 주목받는 작가 선정 / “받은 은덕 감사”… 이르면 2018년 시상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박서보(86·사진) 화백이 자신이 만든 서보문화재단에 40억원을 출연했다. 가칭 ‘박서보 미술상’을 만들어 매년 우수작가에 1억원의 상금을 줄 계획이다. 작가선정은 세계 주요 미술관 관계자와 영국 최고의 화랑인 ‘화이트큐브’와 프랑스 ‘페로탱갤러리’가 자문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미술관과 갤러리 관계자들도 동참하게 된다. 작가 선정기준은 세계 미술계의 트렌드 중심에 서 있는가가 중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박 화백은 22일 미술상과 관련, “그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덕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후학들의 창작욕을 돋구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란 믿음에서 ‘마음’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술상이 창작자들이 고난을 넘길 수 있는 작은 지렛대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년 1억원씩 수상하다 보면 자금이 고갈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소 40년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후엔 아마도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후원금을 내 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 화백은 최근 자신의 사후 무덤 주변에 장식할 조형물을 구상하고 있다. 힌 돌 위에 공(空) 자만을 새긴 것이다. 자신의 작품세계의 핵심에 해당하는 글자다. 최근 한국 미술의 대표주자로 뜨고 있는 단색화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 삶마저도 지워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 됐다”며 “작업과정에서 다시금 ‘삶의 단색화가’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한국적 미술 유파로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단색화’를 이끌면서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화백의 작품 가격은 30여년 전에 비해 500배로 뛰었다. 그의 대표작 ‘연필묘법’(100호)은 1982년엔 3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5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박 화백의 1000호짜리 작품을 전시회가 끝난 후 보관할 곳이 없어 불에 태울 수밖에 없었다”는 과거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박서보 미술상’은 빠르면 내년부터 시상할 예정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