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화백은 22일 미술상과 관련, “그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덕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후학들의 창작욕을 돋구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란 믿음에서 ‘마음’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술상이 창작자들이 고난을 넘길 수 있는 작은 지렛대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년 1억원씩 수상하다 보면 자금이 고갈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소 40년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후엔 아마도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후원금을 내 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 화백은 최근 자신의 사후 무덤 주변에 장식할 조형물을 구상하고 있다. 힌 돌 위에 공(空) 자만을 새긴 것이다. 자신의 작품세계의 핵심에 해당하는 글자다. 최근 한국 미술의 대표주자로 뜨고 있는 단색화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 삶마저도 지워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 됐다”며 “작업과정에서 다시금 ‘삶의 단색화가’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한국적 미술 유파로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단색화’를 이끌면서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화백의 작품 가격은 30여년 전에 비해 500배로 뛰었다. 그의 대표작 ‘연필묘법’(100호)은 1982년엔 3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5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박 화백의 1000호짜리 작품을 전시회가 끝난 후 보관할 곳이 없어 불에 태울 수밖에 없었다”는 과거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박서보 미술상’은 빠르면 내년부터 시상할 예정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