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에 이어 일주일째 되는 21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하는 등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고 있다. 현 정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임명된 날 오후 미사일 도발로 ‘응수’한 격이다. 지난 4월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적 압박과 긴장 고조에도 “매주·매월·매년 미사일 발사를 할 것”이라고 공언한 대로다.
노동신문은 22일 ‘북극성 2형’ 발사 직후 군 관계자들과 함께 웃으며 기뻐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최근 북한의 입장을 보면 (주변국이) 싫든 좋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정부가 바뀌어도 우리(북한)는 계속 우리가 갈 길을 간다는 점과 (한국을 상대하지 않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2일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의 전날 성공적인 시험발사를 전하면서 북극성 2형에 설치된 촬영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신된 지구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정부 당국자는 “북핵 실험에 따른 제재 국면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연달아 미사일 발사를 해대니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말 자체를 꺼낼 수 없는 분위기”라며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새 정부도 미국을 설득할 근거가 사라지고 뭔가 북한과 해보려고 한다 한들 추진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로 새 정부 대북정책의 운신 폭이 넓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영유야·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비군사적 차원의 사회·문화·체육부문의 남북 간 교류·협력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인 5·24조치 해제 여부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24조치는 개성공단과 인도적 목적을 제외한 북한과의 모든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명박정부 시절 류우익 통일부 장관 때부터 사회·문화·종교·체육부문의 방북 승인이 이뤄지는 등 느슨하게 적용된 바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