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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특별사법경찰관들이 한 전통시장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원산지표시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공 |
원산지 표시제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여러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시장이 개방화하면서 도입됐다.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 합리적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생산자에게도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1994년 국내 유통 농수산물과 농산가공품에 먼저 시행됐다. 2008년부터는 음식점과 급식소 등에도 적용됐다. 수입 농축산물이 다양해지면서 대상품목도 점차 확대해 유통업체의 경우 농산물과 가공품 638종, 음식점의 경우 20개 품목에 원산지를 표시토록 하고 있다. 대상업소도 일반·휴게음식점, 위탁급식영업소, 집단급식소, 농식품 판매·제조업체 등 전국적으로 134만곳이다.지난해 기준 전체 원산지표시율은 96.7%로 노점상, 전통시장 등 일부 취약지역(표시율 59.2%)을 제외하고는 정착 단계에 올라섰다.
그러나 일부 업체에서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원산지를 둔갑하는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원산지 거짓 표시나 미표시로 적발된 업체는 4283곳(적발건수: 4989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4374곳)과 큰 차이가 없다. 원산지 미표시는 주는 추세지만 거짓표시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1.7배 늘었다. 단속 품목별로는 돼지고기가 1356건으로 가장 많고, 배추김치 1188건, 쇠고기 676건, 닭고기 167건, 쌀 119건 등의 순이었다. 현행법상 원산지 거짓표시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단속에 적발될 위험이 낮고, 부당이득이 벌금·과태료보다 많다는 인식 탓에 원산지표시 위반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원산지 거짓표시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A공장과 같이 값싼 수입품을 국내산으로 거짓표시한 박스에 옮기는 ‘포장갈이’ 수법이 널리 쓰인다. 외국산 쌀·고춧가루·깨·마늘 등을 국내산과 혼합해 식별을 어렵게 한다. 위반물량 1t 이상 또는 위반금액 1000만원 이상인 대형 위반은 지난해 전체 적발건수의 15.5%로 2014년(14.8%)부터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농관원은 올해부터 단속·수사 시스템의 과학화·체계화로 단속 효율성을 높이는 등 원산지표시 위반 뿌리 뽑기에 나섰다. 먼저 과학적 증거 수집 등을 위한 디지털포렌식 수사기법이 도입된다. 디지털포렌식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에 남은 각종 디지털 정보를 탐지·분석해 증거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업체의 거래내역이나 회계장부 등이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컴퓨터나 모바일 등에 저장돼 위반사범 압수 수색 시 신속한 증거확보를 위해 디지털포렌식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농관원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대검찰청 등 외부기관에서 실시하는 전문교육도 받게 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터와 증거분석용 소프트웨어와 같은 디지털포렌식 장비도 마련해 올해 시스템을 구축한다.
원산지 판별 장비의 활용폭도 넓힌다. 현재 주로 사용하는 근적외선분광분석기, X선 형광분석기, 유전자 증폭기 등은 고춧가루와 배추김치, 쌀, 쇠고기 등 129품목의 원산지를 분석한다. 원산지 위반이 가장 많은 돼지고기의 동위원소 비율 차이를 이용한 판별법, 녹두·혼합마늘·볶은 우엉 등 5개 품목의 판별법을 개발 중이다. 적은 양의 유·무기성분으로 원산지를 가려내는 고분해능질량분석기, 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한 판별법을 만들고 액체 화합물을 비교해 원산지를 구분하는 전자혀 등의 활용도도 높일 계획이다.
수입·가격정보 등 원산지표시 위반 개연성을 분석해 품목별 위기 단계를 만드는 ‘원산지 부정유통 조기경보 서비스’도 구축한다. 전년 대비 수입물량이 30% 이상 증가하거나 가격이 급등하는 품목에는 ‘경보’, 증가율 10∼30%는 ‘주의’, 0∼10%의 경우 ‘관심’ 단계로 구분해 품목별 정보를 단속기관과 민간에 제공한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