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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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정원 개혁, 통일시대 대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로 내정한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9일 개최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정원을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하고 국내 분야를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그동안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문제가 수시로 논란이었다.

국제사회는 냉혹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 집단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테러·국제범죄·산업스파이·사이버테러와 같은 새로운 안보 위협에까지 직면해 있다. 정보활동은 국경을 초월하며 국내와 국외의 구분이 없다. 국내외 단체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시시각각 변모하는 시대다. 상황이 이런 만큼 보다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해외정보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
정보기관의 능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다. 산불이 난 자리는 시간이 경과하면 저절로 복구되지만 정보역량은 다르다. 국가정보원은 1961년 6월 중앙정보부로 탄생한 이래 명칭변경 및 조직개편과 같은 부침이 있었다. 그러나 국가정보기관으로서 기본적인 업무와 위상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보정치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이후에는 “정보는 국력이다”는 친필 휘호를 남겼다. 물론 중앙정보부가 출범 당시부터 혁명과업 수행이나 정권 수호와 같은 역할까지 떠맡아 과도한 권한 행사나 국민 기본권 침해와 같은 논란에 휘말린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56년간을 버텨 온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임무는 대북정보 수집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보부 창설 당시 우리의 국가 안보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가존립의 근거를 해치는 국민기본권 침해나 정치개입과 같은 잘못은 단죄를 받아 마땅하다. 국정원 내부의 쇄신과 개혁도 시급하다. 국제 경제전쟁 시대에 발맞출 필요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의 대부분은 직무 범위나 조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성격은 그 칼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며 상명하복의 기강이 강하다. 어떤 정부 조직이든지 정권의 입맛에 맞춰 일을 하려는 것이 생리이다.

칼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흉기가 될 수도 있고 생활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엄청난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훈련된 인재들이 생산하는 정보는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당시 국정원을 직접 관할하는 민정수석을 역임했다. 국정을 총괄 보좌하는 비서실장을 거쳤다. 국가정보기관의 존재 가치를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정통 국정원맨이다. 신언서판을 갖춘 뛰어난 정보맨이다. 새 시대에 맞춰 과오나 적폐를 바로잡는 것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무엇이 국익이냐는 것을 두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참고해야 할 해외 선례도 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독일 정보기관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교훈에서 찾을 수 있듯이 통일시대에 대비해 국가정보기관의 임무와 활동방향을 정립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