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는 원래 말 그대로 수사·정보 수집 등 보안이 요구되는 특수활동에 쓰여야 할 나랏돈이다. 그러나 영수증 등 사용 증빙이 필요없다는 점이 악용돼 공직자 ‘쌈짓돈’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사용하는 게 관행이라는 주장이 공분을 사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까지 모두 수혜자인 상황에서 ‘끼리끼리 나눠먹기’식의 그릇된 관행은 고쳐지지 않았다. 액수도 매년 불어나 특수활동비 예산편성 총액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8조5631억원에 달한다.
답변하는 민정수석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이 25일 청와대 첫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춘추관에서 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가 제시한 특수활동비 개선 방안은 일단 ‘청와대 솔선수범’이다. 다른 부처에 대한 특수활동비 개선 지시 없이 문 대통령이 관저 생활비를 대통령 봉급에서 매달 공제하고, 청와대도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127억원의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부처에 모범을 보여 뒤따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회의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히며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공사가)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고, 그래도 주거비는 안 드니 감사하지 않냐”고 말했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점검은 권력기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취임일 오전 문 대통령께 재정에 대한 현안을 말씀드리면서 문제점을 공감했고 저희부터 솔선수범하자는 말씀이 있었다. 그렇게 준비되는 과정에서 검찰 부분은 우연히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특수활동비 실태 점검은 권력기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8870억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 대부분은 국가정보원(4860억원), 국방부(1783억원), 경찰청(1298억원), 법무부(286억원) 등 권력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법무부·검찰 간부의 부적절한 돈 봉투 회식 사건은 문 대통령이 직접 감찰까지 지시한 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특히 전체 특수활동비의 절반가량을 사용하는 국정원은 앞으로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되는 만큼 국내 정보 활동이나 기밀유지가 필요한 첩보활동 등의 명목으로 책정된 특수활동비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차제에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해보고 투명성을 강조하는 제도개선안까지 마련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