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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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북핵, 유엔서도 경험"… 장녀 국적 질문엔 "…"

외교장관 후보자 귀국 / “위장전입 등 청문회서 밝힐 것… 北 추가 도발 땐 더 강력 제재”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해야…위안부 할머니 꼭 만나고 싶어”
문재인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후보자가 25일 귀국해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핵 및 4강(미·중·러·일) 외교 경험 부재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적극 반박했으나 장녀의 미국 국적·위장 전입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강 후보자는 이날 오전 4시20분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기자들과 만나 북핵·4강 외교 무경험 우려에 대해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라며 “유엔에서도 여러 번 다뤄졌고 제가 외무부(현 외교부)에서 (김대중) 대통령 통역을 3년간 맡았을 때에도 북핵문제가 큰 이슈여서 정상외교 차원에서 여러 관찰을 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등은 북핵·4강과의 양자외교 경험이 없다는 점을 중심으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장녀의 미국 국적과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청문회 자리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청와대는 21일 강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강 후보자 장녀가 한국 국적을 회복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임시 사무실로 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내수동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강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아무래도 추가 도발이 있으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인권전문가로서의 소신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은 인간이 고통받는 데에서 비롯된 인류보편적 가치”라며 “정치적 고려와는 별도로 해야 한다는 게 유엔의 원칙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처에서 휴식한 강 후보자는 오후 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인근 세종로대우빌딩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보고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입국 시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으나, 질문이 계속되자 “현안은 제가 좀더 공부를 해봐야 한다”며 신중했다. 출근 시엔 “지난 여러 현안에 대해서는 업무보고를 통해 깊이 있는 브리핑을 받고 면밀히 (청문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 사무실로 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내수동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청문회 통과 후 위안부 피해자와 만날지 묻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자 한다”고 했다. “사실 지난번 휴가차 (한국에) 왔을 때 뵈러 가려고 연락하니 한 분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못 갔다”고도 했다.

파격 인선으로 손꼽히는 강 후보자의 입국과 첫 출근 현장에는 취재진 수십명이 몰려 세간의 관심을 보여줬다. 강 후보자는 지명 직후인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공항에서 특파원들을 만났을 때 청바지 캐주얼 차림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날 정장 차림으로 인천공항에 내렸다.

외교부는 최초의 여성장관 탄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여성 외교관은 “한 번도 없던 일이었던 만큼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 외교관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덕을 본 것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은데 코피 아난 총장 시절에 이미 자력으로 뚫고 올라간 것”이라며 “그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서울=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