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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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文정부 배려 차원?… 美 “선제 타격 불가” 발언 왜

대북유화론 힘 받나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군사령관이 25일 공개석상에서 선제타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됐던 대북 강경노선의 군사적 종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 이후 수면으로 부상한 중국의 역할론과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대북경제 제재라는 압박 카드로 북한 문제를 푸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중국에 대한 외교적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대북 경협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를 고민한 문재인정부로서는 향후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브룩스 사령관의 대북 선제타격 불가 입장 발표는 군사적 공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잡음과 방위비분담금 문제 등으로 경색된 한·미 관계를 원만히 조율하고, 남북관계에 변화를 꾀하려는 문재인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미국 측의 배려로도 비친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군사령관
대북 선제타격론은 지난 2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미국 상원에 제출한 인준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모든 옵션’을 언급하면서 고조됐다. 그러다 4월 미·중 정상회담과 5월 한국의 대선을 거치면서 잦아들기 시작했다. 최근엔 미국 의회 민주당 의원 64명이 미국의 선제타격론을 비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사실 예방적 선제타격을 위해서는 북한 핵시설을 정확히 제거할 수 있도록 표적을 정확히 식별해야 하고, 지하에 있는 핵시설까지 제거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타격 수단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다 북한이 화학탄 등으로 반격을 가해 올 경우 전면전 또는 국지전을 감수해야 한다. 예상되는 대량 인명피해로 한·미 정부 간 합의도 전제조건이다. 또 선제타격 이후 국제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선제타격론은 적대국끼리 수사적 공세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브룩스 사령관이 연설에서 ‘북한이 보유하는 무기체계를 먼저 타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으로 완벽하게 없앨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새 정부의 대북 기조와 관련해 “지금은 북 핵실험이나 북핵 고도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 압박과 제재 조치를 말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어떤 대북 제재를 하느냐는 한·미 공조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영준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