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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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특수활동비 손본다

文 대통령, 첫 수석 보좌관 회의 / 투명성 확보 방안 마련 지시 / “청와대부터 2017년 52억원 절감… 대통령 가족생활비는 사비로” / 국가인권위 위상 강화도 나서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전반적인 특수활동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특수활동비로 집행되는 청와대 대통령 가족 생활비도 앞으로는 대통령 봉급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정례화하고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정부기관 평가 지표로 삼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인권위 위상 강화’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이하 수석회의)에서 특수활동비 관련 보고를 받은 후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참모진에 당부하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밝혔다.

모두발언하는 文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대통령 공식행사를 제외한 가족 식사비용, 사적 비품 구입은 예산지원을 전면 중단한다”며 “국민 세금인 예산으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게 대통령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 총무비서관은 “금년도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 업무경비의 42%, 52억원을 절감한다”며 “절감 재원은 청년 일자리와 소외계층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투명성 개선 지시에 따라 지난해 총 8870억원에 달한 정부 특수활동비는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청와대는 “각 부처 특수활동비에 대한 근본적 의혹이나 의심을 갖고 보자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부 각 부처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어떠한 증빙내역도 없고 사후 내역 공개도 안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태 조사 후에는 구체적인 지출 명목과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갖추고 내역을 사후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가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했음을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철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인권을 국정운영의 주요 좌표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검경 등 권력기관 개혁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박근혜정부에서 사문화된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다시 정례화해 정부 부처의 인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또 민정수석실을 통해 부처의 인권위 권고 수용상황을 점검하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조 수석은 특히 “대통령 지시에 기초해 민정수석실에서 추가적으로 몇 가지 사항을 검토했다”며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경찰 자체적으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성준·유태영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