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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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범인은 '님' vs 무고한 시민은 '놈'?

경찰이 일반시민을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착각해 검거, 이 과정에서 폭행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제압 과정에서 이 무고한 시민은 얼굴과 팔 등에 상처를 입었고, 경찰에 가 조사를 받은 뒤에야 겨우 풀려났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있던 무고한 시민을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오인(誤認)해 연행 과정에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경찰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이 감찰에 나섰다. 보이스피싱이란 전화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돈을 빼내는 금융사기수법을 말한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용의자 추적 과정에서 시민을 폭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서울 성동경찰서에 대해 이날부터 감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지난 27일 오후 지하철 3호선 옥수역 인근에서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의심받아 경찰로부터 얼굴과 눈 등을 맞아 다쳤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피해 남성은 경찰이 검거 과정에서 자신을 제압하려고 주먹으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보이스피싱 일당을 쫓는 과정에 벌어진 일이라 해명했다. 당시 경찰은 '딸을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한 조직을 쫓는 중이었는데 640만원을 넘겨준 피해자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또 걸려와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주 우려가 큰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는 중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에도 폭행 논란이 제기된 만큼, 감찰 결과가 나오면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 이튿날인 28일 해당 남성의 집을 두 차례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에게 병원비 등을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경찰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B씨는 "수사권을 가져오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모자를 판국에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며 "범인으로 오해하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엄연한 잘못이다. 이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C씨는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은 물론 이렇다 할 흉기조차 소지하지 않은 무고한 시민 1명을 경찰 3명이 신원 확인요구와 동행하자는 제안조차 없이 두들겨 팼다는 것 자체가 현재 우리나라 경찰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말씀처럼 인권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그러고 나서 수사권 독립 운운하라"고 지적했다.

D씨는 "사복 입은 경찰이 갑자기 다가와 제압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게 경찰인지, 납치범인지 어떻게 알겠냐"며 "그 누구라도 반항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두들겨 맞은 것 같은데, 이는 무조건 경찰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