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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걸려도 그만", "생계 때문에" 무면허운전 5년째 증가 중

 

#지난달 17일 자동차 운전면허 없이 화물차량을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운전자 A씨가 구속됐다. A씨는 2007년 이후 이번까지 무면허 운전을 6번이나 거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음주 운전도 5회 적발됐었다. 앞서 지난해 6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A씨는 또다시 무면허로 운전대에 손을 댔다.

#지난 1월 제주도에서는 문모(53)씨가 무면허로 1t짜리 트럭을 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문씨는 이전에도 2008년 1차례, 2015년 2차례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됐어도 운전대를 다시 잡는 이들이 좀체 줄지 않고 있다. 무면허 운전을 3회 이상 위반하더라도 면허 결격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고 벌금 정도만 부과돼 ‘걸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운전대를 다시 잡는 이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무면허 운전이 잦다 보니 이를 노린 범행까지 등장했다. 

충남경찰청은 2012년부터 5년간 충청도와 경상도, 강원의 도로교통공단 교육장과 면허시험장에서 무면허 운전자의 차량에 일부러 몸을 부딪치는 수법으로 돈을 챙긴 일당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달 15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면허 취소 기간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운전교육장을 찾는 이들 상당수가 차를 몰고 오는 무면허 운전자임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4월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석곡사거리의 한 도로 인근 밭에 승용차 한대가 파손된 채 가로누워 있다.  면허가 없는 A(17)군이  몰던 이 쏘나타 승용차는 밭으로 굴러 떨어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무면허 운전자의 적발 건수는 2012년 5만2947건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8만2638건에 달했다. 지난해 무면허 적발 수는 2015년 대비 무려 25%나 늘었다. 

특히 무면허 운전사고의 치사율은 전체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2012년부터 4년간 전체 교통사고에서 100명당 치사율은 평균 2.2명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무면허는 4.1명에 달했다.

특히 운전에 생계가 걸린 이들은 무면허 단속을 감수하더라도 다시 운전대 앞에 앉는 실정이다.

2015년 경찰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무면허 사고의 10.6%가 화물차 운전이었고, 19.1%가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서 발생했다. 화물차나 오토바이는 생계를 위해 운전하는 이들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퀵서비스에 종사하는 이들은 벌점이 쌓여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되는 일이 많지만 계속 운전하기도 한다"며 “무면허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 상습 운전자는 면허를 압수하거나 벌금을 가중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면허 정지기간 무면허 단속에 걸린 승용차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152조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면허 결격기간 1년의 처벌을 받는다. 오토바이에 대한 처벌은 더 약하다. 도로교통법 154조에 따르면 30만원 이하의 벌금과 6개월의 결격기간이 주어질 뿐이다.

다만 결격기간을 늘리는 게 오히려 무면허 운전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통 무면허 운전자는 급할 때 운전대를 잡는데, 결격기간이 길면 운전하고픈 유혹에 더 자주 노출될 수 있다”며 “형사처벌을 강화하거나 시동을 걸 때 음주나 면허 여부를 검사하는 잠금장치를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논의가 뻗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무면허 경력 운전자 등을 대상으로 시동 잠금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안승진·배민영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