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한국이 1979년 일본 고베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U-20 전신) 조별리그에서 만난 이후 38년 동안 단 한차례도 이겨보지 못한 그야말로 ‘천적’이다. 3무5패라는 상대전적만 봐도 한국이 포르투갈에 얼마나 일방적인 열세인지 말해준다. 그만큼 실력차를 인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기기 쉽지 않은 상대였다. 이날 경기를 통해 한국대표팀은 하나의 벽을 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큰 교훈을 얻었다. 따라서 오늘의 실패는 앞으로 성장하게 될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최현태 체육부장 |
나란히 2골씩을 기록한 ‘바르샤 듀오’ 이승우(19·FC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20·FC바르셀로나B)의 진가가 확인된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이다. 이 둘은 세계 최고의 클럽인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과 2군에서 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력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 둘은 한국이 기록한 6골 중 4골을 합작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재목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이승우는 공만 잡으면 20~30m를 폭풍질주하며 상대 진영을 휘젓는 현란한 개인기를 보여줄 정도로 클래스가 남달랐다.
대표팀 막내인 원톱 조영욱(18·고려대)의 발굴도 의미가 크다. 그는 신태용호 전술의 핵으로 활약했는데 아르헨티나전에서 터진 2골 모두 그의 발에서 출발했다. 날카로운 침투 능력이 돋보이는 데다 상대 수비수와 치열한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공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아 차세대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가 194cm인 대표팀 수문장 송범근(20·고려대)도 조별예선에서 선방률 87.5%로 2위에 오르며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 향후 재목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국이 조기 탈락하는 바람에 안방에서 펼쳐지는 U-20 월드컵의 흥행에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의 선전으로 기니전, 잉글랜드전, 포르투갈전은 티켓이 모두 매진되는 흥행을 거뒀기 때문이다. 한껏 달아올라 ‘Again 2002’를 외치며 광화문광장으로 나오기 시작하던 붉은 악마들의 함성을 보기 어렵게 된 것도 아쉽다.
한국 축구는 이제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바라본다. U-20 대표팀 선수들이 지금처럼 성장한다면 이 두 대회에서 주축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오늘의 패배는 이제 훌훌 털어버리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기에 청춘들의 도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최현태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