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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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AI와 정치

‘기원의 탐구’는 138억년의 우주 역사와 지구, 인류 등에 대한 ‘빅퀘스천’의 과학적 해답을 정리한 신간이다. 저자 짐 배것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 “후기운석대충돌기가 끝나고 수억년이 지난 뒤 지구에는 이미 박테리아가 번식하고 있었다”며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한다. 포자설 같은 무리수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포자설은 외계인이 생명의 씨앗을 의도적으로 지구에 뿌려놓았다는 얘기다.

2012년 개봉된 ‘프로메테우스’는 포자설이 모티브인 영화다. 인류 기원(엔지니어)을 찾아 떠나는 우주여행을 다룬다. 그 후편 격인 ‘에이리언 : 커버넌트’가 지난달 나왔다. 두 영화에선 인간과 닮은 인공지능(AI) 로봇이 주연이다. 장기 우주여행에선 잠 안 자는 AI가 필수적이다. 전편에서 인간 명령을 따르던 AI 데이빗. 후편에선 ‘자아’와 창의성을 깨닫고 창조주가 되려고 인간을 에이리언 숙주로 삼는다. 여기에 맞서 인류보호 프로그램을 심은 AI 월터가 인간을 위해 싸운다.

중국 커제 9단이 알파고에게 완패했다. 바둑계 은퇴를 선언한 알파고는 다른 분야로 적용,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범용성을 가진 AI 개발이 목표”라는 게 알파고 개발자의 말이다. 이젠 모바일 퍼스트가 아니라 AI 퍼스트 시대다. AI 진화는 하루하루가 놀랍다. 5년 뒤인 2022년 AI가 의료, 법률 등 고학력 전문직 업무를 대체해 전기요금만큼 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빗·월터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는 1년여 전 ‘알파고 쇼크’를 겪고서도 제자리걸음이다. 규제, 제도 탓도 있겠으나 관건은 정치다. AI 개발에 국력을 모으는 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후반 정부와 정치권은 국정농단·탄핵 사태에 휩싸여 손놓고 있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 육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어제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창업국가 조성방안’을 주제로 부처 합동보고를 받았다. 여야는 초당적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AI가 정치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올 판이다.

허범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