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와 영국은 학교협동조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국가들이다.
‘학교협동조합 공화국’으로 불리는 말레이시아는 1996년부터 교육부 지침으로 중·고교에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기준 1만587개 협동조합 중 약 20%인 2097개가 학교협동조합이며 조합원 수는 177만명에 달한다. 사업 분야도 수학여행과 세탁소, 기념품 제작 등으로 다양하다. 말레이시아가 학교협동조합을 적극 육성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사업체 운영과 회계 등을 경험할 수 있는 등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교협동조합 내 의사결정은 학생이 맡아서 하며 학부모와 교사는 조언하거나 독려할 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는 내수경제부 산하기관인 협동조합진흥원이 등록·관리·감독을 맡고, 교육부는 개별 학교의 특성에 맞춰 법적·정책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협동조합연합회인 ‘앙카사’는 학교협동조합 운영 매뉴얼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공동구매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이 탄생한 영국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협동조합 방식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있다. 2006년 교육과 감독에 관한 법이 발효되면서 생긴 ‘트러스트 학교’가 그 시초다. 트러스트 학교는 학내 구성원과 외부 파트너가 함께 트러스트를 구성해 운영하는 학교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2008년부터 급증해 2015년 말 834개가 됐다.
협동조합학교 급증의 배경으로는 협동조합학교연합회와 협동조합대학 등의 조직적 지원이 꼽힌다. 협동조합대학은 협동조합 전환에 필요한 법적 고려사항, 전환 후 트러스트 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 등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영국 협동조합학교의 특징으로는 운영구조와 교육,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운영구조 면에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졸업생 대표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운영에 참여하며 다양한 분과위원회를 통해 실질적 의사결정 참여를 가능케 한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학생들이 협력을 체득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다양한 직간접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수업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협동조합학교가 지역 내의 지식, 기술, 인력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자연스레 엮어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