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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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거지 깡통 뺏기

의석수 107석의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3%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55.6%에 견주면 초라하지만 당당히 2위를 차지했으니 체면치레는 한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4%까지 찍었다가 78%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논평에서 “대통령이 초기의 높은 지지도에만 취해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하고,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다가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야당엔 불통, 비판여론엔 먹통, 열렬한 지지자들하고만 ‘쇼(show)통’해온 결과”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얘기가 그들 입에서 나오니 느낌이 새롭다.

한국당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게 될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주자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반대가 많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홍 전 지사의 말과 행동을 보면 제가 백번 천번 출마해 이분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낱낱이 고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은 한술 더 떠 당권 다툼에 대해 “동네 사람들 우스갯소리로 ‘거지 깡통 뺏기’”라고 말했다. 그 동네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거지 깡깡이’ 같은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거지에겐 깡통이 전부다. 밥줄이고 권력이다. ‘거지 깡통에 금매끼 한다’는 말이 있다. 거지에게 돈이 생기면 한껏 자랑하고 싶어 맨 먼저 하는 일이 깡통을 금으로 도금한다는 것이다. 같은 거지들끼리는 부러워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거지들에겐 번쩍번쩍 빛나는 둘도 없는 소중한 깡통으로 보이겠으나 다른 사람들에겐 보잘것없는 찌그러진 깡통일 뿐이다.

직선제로 새로 총장이 된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떠넘긴 정유라에 대해 “자기를 돌아보는 자기반성 능력, 자기가 무엇을 손상시켰고 우리 사회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졌을 박탈감이나 상실감, 허망함 이런 것들,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보면 똑같은 생각이 든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