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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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내년 봄엔 '미세먼지 지옥'서 해방될 수 있을까?

먼지가 많아서…날이 좋지 않아서…환기를 못해서…
최근 지구촌이 각종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각종 환경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아마도 대기오염일 것입니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다소 나아졌다곤 하나, 대기 중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맑게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나빠진 대기 상대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대기오염 문제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며, 미세먼지 상태에 따라서 일상생활이 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방안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신촌의 차없는 거리에서 '스톱(STOP)! 미세먼지, 고(GO)! 에코마켓' 캠페인의 일환으로 남녀 커플이 미세먼지 차단용 방독면과 마스크를 쓴 채 탱고를 추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환경재단 제공
미세먼지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요즘이다.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87.4%는 미세먼지 공포가 이제 일상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미세먼지 경보를 확인하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중국을 꼽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 핑계만 댈 게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우리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미세먼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거의 모든 사람들(96.7%)이 언론보도를 통해 미세먼지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의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모습이었다. 전체 절반 이상(55.5%)이 요즘 들어 미세먼지가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여성과 유자녀 기혼자, 그리고 서울 거주자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더욱 많이 체감하고 있었다.

또한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어느 정도 느낀다는 응답자(36.1%)까지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91.6%)이 평소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의식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반면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아직 잘 느끼지 못하거나(6.6%), 전혀 못 느끼는(1.1%)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평소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주로 시야가 흐릿한지 여부(67.4%·중복응답)와 하늘 색깔(53.1%)에 의해 대기 중 미세먼지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목이 따갑거나(44%), 눈이 따갑고(32.1%), 흙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질 때(19.9%) 미세먼지가 많은 지를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은 평소 미세먼지를 대처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69.1%·중복응답), 물을 자주 섭취하려고(59.4%) 노력했으며, 외출이나 나들이를 자제하는 경우(52.3%)도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밖에 일반 마스크(32.3%) 및 고사양 마스크(22%)를 구입하고, 청소와 빨래를 자주하며(21.5%),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18.1%)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이용하는 미세먼지 대처방안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다양한 방법을 많이 시도해 본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10명 중 3명,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상 문제 경험…가장 많은 피해사례는 '호흡기질환'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상 문제나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전체 10명 중 3명(27.5%)이 미세먼지에 의해 건강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남성(19%)보다는 여성(36%), 그리고 젊은 층의 피해사례가 좀 더 많은 모습이었다.

미세먼지로 인해 생긴 건강상의 문제로는 호흡기질환(81.5%·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재채기(45.8%)와 코흘림(38.5%)을 겪는 소비자들도 많은 편이었다. 그밖에 두드러기 등의 피부문제(31.3%), 눈곱 끼임 현상(30.5%), 각종 알레르기(28.7%)가 미세먼지에 의해 생겨났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93.5% "미세먼지가 건강에 악영향 끼칠까봐 걱정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는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가는 모습이었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인식조사 결과, 전체 10명 중 9명(87.4%)은 미세먼지 공포는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거나, 그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여성과 중장년층, 그리고 유자녀 기혼자가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심을 더욱 많이 드러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93.5%가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고 있었으며,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밖에서 놀거나 외부활동을 하는 것이 걱정스럽다는 의견도 85.7%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를 대비하기 위해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전체 응답자의 94.5%가 이제 마스크를 쓴 시민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반면 마스크를 쓰거나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는 시각(11.9%)은 적어,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데 대부분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세먼지를 수도권만의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9.1%)도 거의 없었다.

미세먼지 증가는 우리네 일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먼저 10명 중 8명(81.9%)은 TV나 신문 등 매체에서 미세먼지 경보를 알려주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의 농도에 따라 외부활동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여성과 30~40대, 그리고 유자녀 기혼자가 미세먼지 경보에 의해 외부활동을 결정하는 경향이 더욱 강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가급적 여가활동을 실내에서 하는 편이었고(73%), 바깥 취미활동의 비중은 감소했으며(72.5%), 모임이나 미팅은 가급적 이동시간을 줄이거나, 실내에서 하려고 하는(74.3%) 경향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달 '황금 연휴' 기간동안 공기가 좋지 않아 야외 활동을 포기하고 집에 있었다는 사람이 4명 중 1명(26.4%)에 이를 만큼, 미세먼지에 의해 외부활동이 제약받는 일이 점점 비일비재해지고 있었다. 그밖에 10명 중 7명(69.4%)은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환기를 못하고 있다면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체 83.7% "미세먼지 관련 소식 관심 있게 챙겨본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세먼지 정보에 대한 관심도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전체 응답자의 83.7%가 평소 미세먼지 관련 뉴스를 관심 있게 보거나 듣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더 나아가 10명 중 8명(78.8%)은 미세먼지 정보를 직접 확인하면서 일상생활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소비자가 33.1%, 가끔씩 확인하는 소비자가 45.7%였다. 특히 미세먼지 정보를 '매일' 찾아보는 습관은 여성과 30대 이상, 유자녀 기혼자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지역 거주자에 비해 서울 거주자가 미세먼지 상태를 매일마다 확인하는 습관이 뚜렷한 것도 특징이었다.

그에 비해 전체 12.8%는 직접 확인을 해서 알기보다는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으며, 미세먼지 정보에 대해 굳이 신경을 쓰면서 확인하지는 않거나(7.4%), 전혀 확인하지 않는(1%) 소비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주범은 '중국'…다만 10명 중 7명 "中 핑계만 댈 것은 아냐"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미세먼지 증가의 가장 큰 주범은 중국(94.3%, 중복응답)이었다.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매우 공고한 것으로, 이런 의견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공통적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화력발전소와 공장(75.6%), 노후 경유차의 매연(70.4%)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많이 바라봤으며, 더러 휘발유 자동차의 매연(24.9%)과 담배 연기(12.6%)가 미세먼지가 많아진 이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중국의 영향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중국만을 탓할 것은 아니라고 하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체 10명 중 7명(70%)이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의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고 응답한 것이다. 반면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시각(23.8%)은 적은 편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