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공익제보가 고비마다 한국 현대사를 바꿨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비선 권력의 국정농단 사태도 내부자들의 고발이나 증언에서 촉발됐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1990년 이후 이뤄진 공익제보 102건을 추적한 결과 진상 규명에 기여하거나 조직 또는 제도 변화를 이끈 공익제보는 62건(전체의 60.8%)인 것으로 11일 분석됐다.
책임자에 대한 경미한 면피성 징계나 처벌도 적지 않았고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아닌 경우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공익제보 10건 가운데 평균 6건 정도가 진실 규명이나 조직 및 제도 변화를 이끈 것으로 평가됐다.
예를 들면 2003년 대한적십자사 직원 김용환씨의 부실한 혈액관리 실태 공익제보는 책임자 처벌은 물론 대한민국 혈액관리 체계를 뜯어고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공익제보 102건 가운데 31건은 담당자나 책임자의 사법적 단죄로 이어졌고, 22건은 상급 또는 감독 기관 등으로부터 징계를 이끌어냈다. 또 예산이나 재정 절감, 세금 탈루 등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 공익제보도 최소 28건이었다.
분석 대상 102건 가운데 47건은 진상이 어느 정도 규명되거나 책임자 처벌 또는 제도 개선 등 효과가 있었던 ‘성공’(37건)과 ‘대성공’(10건)으로 분류됐다. 전체의 46.1% 수준이다.
물론 조직의 강력한 저항이나 상급 또는 감독기관, 수사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결실을 맺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즉 진실 규명에 실패하거나 담당자나 책임자 처벌, 제도 개선 효과 등이 없는 ‘완전 실패’(3건) ‘실패’(21건) 등도 23.1%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익제보자들이 많이 이용한 고발 창구는 역시 언론 및 미디어(33건, 32.4%)였고, 제보 성공률은 시민 및 종교단체, 노조 등이 69.2%(‘성공’ 53.8%, ‘대성공’ 15.4%)로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사회 각 분야 적폐청산을 통한 정의와 통합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에선 진정한 ‘공익제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청렴운동본부장인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경유착과 부패 때문에 탄핵된 측면도 있는데, 문재인정부는 부패고리를 끊기 위해 공익제보 관련 제도와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