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제15기 월드프렌즈 자문단으로 선발돼 해외봉사중인 이욱기(64) 볼리비아 수출진흥청 자문관이 18일 코이카를 통해 전한 말이다. 이 자문관은 현대상사,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에서 근무한 뒤 중소기업 대표이사까지 지낸 25년의 시간을 정리하고 개발도상국의 벗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에게 한국에서 회사 생활이 청춘을 바친 시간이라면, 해외봉사생활은 다시 청춘을 얻는 시간이다.
월드프렌즈 자문단은 퇴직자의 지혜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자문관은 2011∼2014년 다른 기관의 해외봉사자로서 중미의 니카라과에서 3년간 근무한 데 이어 지난 1월부터 코이카의 제15기 월드프렌즈 자문단으로 남미의 볼리비아 수출진흥청에서 수출과 해외마케팅 분야를 자문하고 있다.
이 자문관은 “대기업 퇴직 후 특기를 살려 중소기업에서 활동적으로 일했지만 비슷한 일을 계속 하다 보니 더 이상 남은 인생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은 인생 기간 해외에서 전문성을 살린 봉사를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보자고 아내와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해외봉사활동 정보를 접하고 이것이야말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겠구나 싶었다”며 “자녀를 독립시키고 남은 인생을 허전하고 무료하게 보내느니 새롭고 활기차게 지내며 인생의 보람과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월드프렌즈 자문단으로 파견된 이욱기 자문관(왼쪽 네번째)이 최근 볼리비아 수출진흥청 직원들에게 정책자문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이카 제공 |
그는 볼리비아를 세계 제1의 퀴노아 수출국으로 발돋움시킬 꿈에 부풀어 있다. 퀴노아는 고대 잉카문명 시절부터 재배된 고단백·고영양 작물이다. 그는 “볼리비아의 퀴노아는 해발 3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돼 영양분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해 독보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콜롬비아의 커피처럼, 볼리비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상품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문관은 더 많은 퇴직자가 개도국 돕기에 나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는 “퇴직자들은 우울증으로 고통받기 쉽다”며 “우리 퇴직자들은 전문성을 갖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만큼, 해외봉사라는 기회를 통해 경제활동과 자녀교육에 헌신하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님을 새롭게 깨닫고 남은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이카는 26일까지 제17기 월드프렌즈 자문단을 모집하고 있다. 이번에는 개발정책, 건축, 경영, 보건, 수산 등 27개 직종별로 87명을 선발해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등 24개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자세한 지원방법은 코이카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고 지원서는 온라인(http://kov.koica.go.kr)만으로 제출해야 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