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하루 평균 5만t이 넘는 지하수가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초 서울의 가뭄 상황 단계가 ‘평상시’에서 ‘관심’ 단계로 격상하는 등 지하수 활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건축물에서 나오는 지하수 활용률은 최근 3년간 오히려 줄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유출 지하수(지하 시설 공사로 발생하는 지하수)는 하루 평균 18만4897t으로, 이중 5만7655t(31.2%)이 하수도로 버려졌다. 지하수를 버리는데 들어간 비용은 하루 평균 1844만원에 달한다. 서울에서만 한달에 5억5천만원, 1년에 66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건축물 유출 지하수의 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민간에서 이를 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유출 지하수가 적은 곳은 건물 내에서 쓰지만, 수십t 이상 발생하는 곳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매년 수천만원의 돈을 지불하면서 물을 그냥 버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하루에 지하수가 100t 이상 발생하는 건물은 65곳에 달했다. 따라서 이같은 대규모 유출 지하수는 지자체에서 도로 청소 용수, 하천 유지 용수 등 공공 용도로 활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물에서 버려지는 유출 지하수를 지자체가 활용하면 연간 11억원에 달하는 도로 물청소 용수비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미세먼지 ‘주의보’ 단계를 제외하고는 소화전 용수로 도로 물청소를 할 수 없게 돼 유출 지하수 활용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와 각 구는 민간 건축물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활용할 의무가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출 지하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배관과 펌프, 물탱크 등을 설치해야하는데 설치 비용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민간 건축물과 지자체가 서로 시설 설치 비용을 떠넘기는 사이 많은 물이 버려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간 건축물은 지하수 활용을 강제할 수 없고 물탱크차 접근성 등도 고려해야 해 이용률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유출 지하수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