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과 형태의 알약을 병렬구조로 늘어놓거나 치료효과가 있는 허브와 환각성 식물들을 이미지로 사용한다. 때론 신체조직은 물론 꽃, 새, 나비 등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유토피아적 ‘저 너머의 세계’로 인도하는 작가 나름의 의도로 보인다.
(213.4×304.8㎝, 미국 올브라이트 녹스 아트갤러리) |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 속에서도 유교가 사후의 세계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불교의 명부 신앙은 매우 넓게 확산될 수 있었다. 죽음을 위무하는 기능이 강조되어 존립의 정당성을 확보했던 것이다. 결국 명부전은 조선시대 불교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죽음이 종교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
명부전의 도상은 공포심을 자아내는 그로테스크한 도상으로 가득하다. ‘회화는 숭고한 것 위에 놓인 창문이자 현실의 샘’이라고 한 토마셀리의 도상도 어떤 면에서는 매한가지다. 모두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방책일 것이다. 예술도 종교도 그런 점에선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