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그가 왜 서울을 택했는지 줄곧 궁금했었다.
세계적인 고대예술품 컬렉터이자 화가 파에즈 바라캇(68).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그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150년 동안 5대째 내려오는 가업을 물려받아 18세 때 이미 백만장자의 자리에 올라선 바라캇갤러리 소유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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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고대예술품 컬렉터이자 화가인 파에즈 바라캇은 “고대 예술품들을 통해 과거와 재회하면서 그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유대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남제현 기자 |
바라캇 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삼청동 초입에 갤러리 ‘바라캇서울’을 냈다. 베이징이나 교토도 생각해 보았을 텐데 왜 굳이 서울을 고집했을까. 그는 “운명이자, 우연이고, 사랑 때문”이라고 답한다.
“원래 홍콩에 오픈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서울을 방문했을 때 무심코 이곳을 지나다가 저를 사로잡는 에너지를 느낀 것이고,… 그것은 분명 운명입니다. 때마침 바로 앞 건물이 비어 있었죠. 우연입니다.… 3개월 만에 결정을 내린 뒤 고대 예술품 300여 점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의 첫인상은 동그라미다. 삭발한 두상과 나이에 비해 동안인 얼굴, 동그란 안경테, 불러온 배와 통통한 체격이 둥근 원(圓)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와 함께 여유가 묻어나는 자상함 또한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태양을 닮은 열정과 넘쳐나는 에너지도 그렇고, 윤회를 믿는다는 그의 작품 속 우주의 기운 역시 무한대의 큰 원을 그리고 있다. 수천년의 시간을 오가며 당대의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그의 삶도 둥근 모습이다.
“소크라테스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저토록 아름다운 항아리에 포도를 담아 먹었습니다. 얼마나 세련된 미감을 지녔던 사람들입니까.”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이래, 존경과 숭배 또는 갈망의 대상이 되어온 예술품들은 지금 우리가 흘러가버린 과거와 재회하는 동시에 그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헬레니즘 시대 그리스인들이 채색화병을 통해 즐거움을 얻었듯이 우리가 채색화병을 보고 즐거워할 때 시대를 뛰어넘는 유대감이 생깁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주조했거나 예수 생전에 통용되던 동전을 만질 때… 예술은 상상력을 이끌어 냅니다. 공기처럼 음식처럼 우리의 모든 감각과 뇌세포들을 일깨우는, 예술은 우리 삶의 필수 요소입니다.”
아직, 그가 왜 서울을 선택했는지, 한 가지 이유가 남아 있다. ‘사랑’이다. 비밀은 그의 한국인 아내 이화선(36)씨가 쥐고 있었다. 예술경영을 전공한 재원의 이씨는 6년 전 런던의 갤러리에서 그를 만나 결혼했다. 32살 나이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랑의 힘이다. 이씨는 남편에게 아시아의 유물과 고대 예술품에 대해 조언한다.
“여섯 나라에 여섯 개의 집이 있습니다. 하루 안에 뉴욕, 런던, 카이로에서 일을 볼 만큼 바쁘게 보내기도 하지만 주로 로스앤젤레스와 런던의 집에 머물고, 모로코나 한국에서는 1년에 열흘 정도 지냅니다. 하지만 서울 집에는 제 작업실까지 갖춰 놓았어요.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요. 하하하.”
그에게 고조선이나 고구려, 발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저는 13개 언어를 구사합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아랍어, 불어, 영어는 유창하죠. 모두 역사 속 인물들과 만나고 그들의 문명을 향유해보기 위해 익힌 겁니다. 이제 고대 한국어도 공부해야겠군요. 그래요. 언젠가는 한반도의 옛사람들을 만나러 갑시다. 그들의 삶도 함께 느껴 보자고요.”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