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 재판장 김수정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내내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1956년 6월23일 태어난 최씨는 이날 만 61번째 생일, 진갑(進甲)을 맞았다. 징역 3년을 선고한 김 부장판사가 “사문서위조 등 무죄가 난 일부 혐의를 법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공시하고 싶냐”고 물었으나 최씨는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말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이날 공판은 재판장과 주요 피고인이 모두 여성인 점이 눈길을 끌었다.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김 부장판사는 최씨와 딸 정유라(21)씨 모녀를 향해 “그릇된 특혜의식이 엿보인다”며 “누구든 노력하면 상응하는 결과를 얻으리란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란 냉소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고 질타했다. 정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문구를 인용해 모녀를 꾸짖은 것이다.
입시비리와 학사특혜를 주도한 최 전 총장 등을 향해선 “사회 유력인사 딸이 지원한 것을 알고 공명정대한 학사관리를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며 “대학에 대한 신뢰를 허물어뜨리고, 최선을 다해 교과목을 수강한 뒤 공정한 평가를 기대했던 수강생들한테 허탈감과 배신감만 안겼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유라 부정 입학’ 공모 3인방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1심 선고가 내려진 23일 핵심 피고인인 최씨, 최경희 전 이대 총장,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왼쪽부터)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교도관에 이끌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한편 최씨가 덴마크 정부의 정씨 국내송환 결정 직후 검찰에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1차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최씨의 태도가 돌변해 협조 의사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김태훈·김민순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