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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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억류 미국인 석방 특사로 前 美대통령 요구”

日언론 “美 거부… 웜비어만 데려와 / 김정은 권위·양보 얻어내기 포석”
북한이 최근 귀국한 뒤 숨진 오토 웜비어 등 미국인 4명을 석방하는 협상에 전직 대통령을 보내라고 미국에 요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 측에 “대통령 경험자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정상급 인사를 불러들임으로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권위를 세우면서 북한 측의 요구를 제시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요구를 거부하고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보냈으며, 결과적으로 웜비어만 데려올 수 있었다. 웜비어는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으로 옮겨졌으며 19일 숨졌다.

소식통은 북한이 이 같은 요구를 유엔 대표부나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 등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북한은 특정인을 지명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인 점을 고려하면 같은 당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 ‘인질외교’의 대표적 사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9년 로라 링, 유나 리 등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억류한 사건이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이들과 함께 귀국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