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소득에 가까운 350만원 미만 일자리는 58.4%이고 650만원 이상 일자리 비중은 8.6%다. 내친 김에 일자리 주인의 학력도 조사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하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소득은 학력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학력이 높으면 소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므로 부모는 자식 교육에 올인한다. 그마저도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자식 뒷바라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한 드라마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학교가 과학고 진학을 권유하고 본인도 가고 싶어하지만 부모가 비싼 과학고 등록금을 감당할 형편이 안돼 갈등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에서만 있는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실화다.
김기홍 논설위원 |
학력·소득을 대물림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특목고와 자사고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후보 대부분이 폐지를 공약했다. 고등학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교육사다리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백년대계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물러 ‘오년대계’로 만드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자사·특목고 제도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수 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 학교의 존재 이유와 사교육 심화, 공교육 무력화 같은 폐해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일반고 학생이 SKY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된 것은 정상이 아니다.
멀쩡히 있는 학교를 없애겠다는데 반대가 없을 수 없다. 여기다 대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외고 자사고 폐지를 설득한답시고 “외고에 입학한 내 딸이 ‘학교가 아닌 것 같다’며 자퇴했다”고 말했다가 학부모들 열만 받게 했다. ‘옳은 소리를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스카이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 사교육 가릴 것 없이 다 그렇다. 특목고를 없앤다고 사교육이 없어지고 입시경쟁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교육개혁이란 큰 틀에서 특목고 존폐시의 장단점을 엄격히 저울질해 볼 때가 됐다. 교육의 다양성, 수월성 교육의 약화 등을 우려하지만 일반학교 안에서도 외고·자사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교육 문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문제, 고용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근본적인 교육개혁은 ‘학력=소득’이 되는 사회시스템을 고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력, 출신, 스펙 등을 보지 않고 사람을 뽑는 ‘블라인드 채용제’ 확대는 채용문화와 학벌사회를 바꿔 놓는 데 유용할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새로 낸 책에서 ‘저비용 사회’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장하면서 주거비와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실질소득을 올리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특목고 개선이 저비용 사회를 앞당기는 방편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