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ANA 그룹의 저가 항공사 ‘바닐라 에어’는 지난 5일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 공항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남성이 혼자서 자신의 팔 힘으로 승강 사다리를 오르게 했다.
오사카 도요나카시에 사는 이 남성은 기지마 히데토(木島英登·44) ‘배리어프리(barrierfree) 연구소’ 대표였다. 고교 시절 럭비 연습 중 척추를 다쳐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지난 3일 지인 5명과 함께 여행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간사이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간사이 공항 탑승 카운터 측은 그에게 아마니 공항의 승강 사다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걷지 못하는 사람은 탈 수 없다”고 말했다. 간사이 공항에는 탑승 브리지가 있지만, 아마미 공항에 내릴 때는 승강 사다리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지마 대표는 “동행자의 도움으로 오르내리겠다”고 전했고, 실제로 아마미 공항에 도착했을 때 동행자가 휠체어를 탄 채로 들어서 내려줬다.
아사히 신문 캡쳐 |
동행자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탄 채로 들어 옮기려 했으나 공항 직원이 이를 제지했다. 이에 기지마 대표는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을 등진 채 17개 계단의 맨 아래에 앉은 상태에서 시작해 팔 힘을 사용해 한 계단씩 올라갔다. 공항 직원이 “그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지마 대표는 계속 계단을 올라갔고 3∼4분 만에 탑승할 수 있었다.
기지마 대표는 여행을 좋아해 158개국을 방문했으며, 많은 공항을 이용했다. 그는 사전 연락 없이 휠체어를 타고 간 적도 있지만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공항이라도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협상 중 승객이 자력으로 오르게 돼 직원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형태로 탑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본의가 아니었다”고 사죄했다. 기지마 대표는 “휠체어를 탔더라도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바닐라 에어는 ANA 홀딩스 산하 회사로 일본 국내선과 국제선 각각 7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아마미 공항만 휠체어를 들어올리는 시설이 없으며, 휠체어를 들어서 옮기거나 업어서 오르내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닐라 에어는 아마미 공항에서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옮길 수 있는 장비를 지난 14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자동 계단 승강기도 29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