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는 이런 노력이 빛을 본 곳으로 꼽힌다. 은평구는 행정자치부 주관 지방재정집행 추진실적 평가에서 2014년부터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미래경영대상 지방자치부문 대상(2013년), 대한민국 지방자치 발전대상(2015년) 등 지방자치 관련 상도 휩쓸었다. “지역 일을 주민 스스로 처리하는 지방자치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라고 말하는 김우영(48·사진) 은평구청장을 지난달 30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진정한 지방자치란 보다 많은 주민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관심을 가지고 행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2010년 취임사에서도 지방자치를 강조한 김 구청장은 지난 7년간 ‘주민참여’와 ‘소통’에 역점을 두고 구정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제’다.
김 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해야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구현이 가능하다고 보고 취임 초기부터 이를 적극 추진했다. 그는 “공무원과 구의회는 부정적이었지만 ‘구청장이 가진 예산편성권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주민 참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회상했다. 2010년 8월 주민 17명으로 이뤄진 준비위원회가 구성된 데 이어 서울시 최초로 ‘주민참여 기본조례안’을 작성했다. 2012년에는 전국 최초로 모바일투표를 실시해 주민 4만명이 예산 편성에 참여했다.
전국 최초 공유전용시설인 ‘은평물품공유센터’도 주민참여예산제에서 탄생했다. 김 구청장은 “불광천변 공중화장실 설치, 주민을 위한 작은도서관 운영, 제설용 소형차량 구입 등도 구민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사업”이라며 “모범사례로 소개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방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도시재생사업에도 지자체 권한이 높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철학이 반영된 것이 ‘두꺼비하우징 사업’이다. 지역 중소 건설업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업성이 없어 개발이 안 되는 산동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첫 대상지였던 신사동의 산새마을은 과거 서울에서 가장 낙후한 동네였지만, 주민들과 고민하면서 기반시설을 정비해 현재는 환경도 깨끗하고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마을로 변모했다. 산새마을 사례는 서울시의 도시개발 정책으로 채택된 데 이어 최근에는 새 정부 정책으로도 도입됐다. 김 구청장은 “지역 주민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마을공동체가 정착되고, 소규모 건축업자들이 사업을 진행해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일거삼득’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를 “국가에서 큰 그림을 그리면 지방정부가 서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복지정책을 그물망처럼 추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현재 재정적으로는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만큼 권한과 재정이 적절히 배분되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