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급제가 최근 주목받게 된 계기는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한 직후 SK텔레콤이 대응책으로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4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19일 최태원 SK 회장이 주재한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고비용 구조의 영업형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이 완전 자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SK텔레콤 측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며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고비용 구조 개선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다른 이통사들도 내부적으로 검토는 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실제 실행에 옮기느냐 마느냐”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단말기 완전 자급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선 인위적인 요금 인하가 아닌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 변화의 시작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도입”이라고 밝혔다.
◆불투명한 시장구조에 소비자 불만
국내든 해외든 휴대전화 유통은 상당히 복잡한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우선 제조사는 이통사와의 단일 거래를 선호한다. 단순한 유통구조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거래 물량도 쉽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이통사대로 지금까지 단말기를 통신 상품 판매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왔다. 이통사가 막대한 보조금을 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단말기를 대량 구매하는 대가로 제조사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말기만을 팔아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단말기를 싸게 공급받기도 힘들고, 제조사와 이통사에서 판매 장려금을 받아 장사하는 이통사 대리점들과의 경쟁도 어렵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는 이런 유통구조가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가 올라가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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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 생활비절감팀의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에서 LGU+ 김규태 상무와 KT 김충성 상무, SKT 이상헌 실장 등과 각계 인사들이 참석, 통신비 인하문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정부 규제 변수로… 이통사 수익 고심
자유경쟁 체제라면 이통사가 완전 자급제를 고민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정부의 규제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와 ‘선택약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일정 금액 이상으로 이통사가 단말기 구매 비용을 깎아주지 못하게 막는 제도이며, 선택약정은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이 중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올해 연말 폐지가 예정돼 있고, 선택약정 비율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에 따라 현행 20%에서 25%로 높아질 예정이다.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이통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단말기 지원금을 더 주거나 요금을 더 깎아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단말기 지원금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공통으로 재원을 마련하는데, 제조사는 더 이상의 지출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를 싸게 팔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선택약정으로 고객이 몰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선택약정으로 인한 수익 감소는 오롯이 이통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로서는 수익 방어를 위해 매년 10조원(이통 3사 합계) 이상이 들어가는 가입자 유치 구조 개선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의 발언이 제조사의 지원금 규모 확대를 위한 압박카드일 수도 있다.
◆완전 자급제 영향 판단 어려워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둘러싼 소비자의 가장 큰 관심은 가계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이다. 완전 자급제의 결과는 예단하기는 어렵다. 미래창조과학부, 정치권, 이통사, 정부 연구기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완전자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없었다.
완전 자급제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료로는 2015년 국회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가 있다. 전병헌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단말기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고서는 완전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다양한 가격대의 단말기 출시로 소비자 선택권 확대 가능성 △이통사 간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 촉진 △단말기 유통구조 투명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부작용으로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비용 증가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가입 분리로 인한 소비자 불편 초래가 일어날 가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도 완전 자급제의 파급효과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미래부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 관련해 논의되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전제하고 “단말기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경쟁하면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한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완전 자급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민철 연구위원은 “완전 자급제를 하면 요금이 떨어지고 단말 가격도 싸진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 같은데, 지금과 같은 독과점적 통신시장에서 갑자기 엄청난 경쟁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기기 판매 주체가 이통사에서 전문 유통업자로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오히려 유통비용 증가로 기기 가격을 낮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유통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통신 상품 판매업자들은 완전자급제가 이뤄질 경우 판매망과 수수료 감소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