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날다
물고기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상 80여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태종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드리워진 운무 때문에 절반 정도가 가려진 태종대는 한층 신비함을 뽐냈다. 그 옛날 태종대를 즐겨 찾았던 신라 태종무열왕이 활을 들고 불쑥 운무 위로 솟아 송도케이블카를 바라보는 듯한 상념에 잠깐 빠지는 듯한 순간 캐빈은 바다 한가운데 세워진 최고 높이 86를 통과하며 활처럼 휘어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케이블카는 다시 상부터미널을 향해 힘차게 차고 올라간다.
상행선 우측엔 원시 비경을 자랑하는 암남공원의 짙푸른 천연림이 눈길을 끌었다. 해송을 포함한 다양한 활엽수와 침엽수가 한데 어우러져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위에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이 기암절벽은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지층박물관이다. 평소 육상 산책로에서는 온전히 볼 수 없는 색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태종대, 남외항 묘박지, 암남공원도 한눈에
물고기와 바다, 태종대, 천연수림에 빠져 있는데 어느덧 8분30초가 지나 암남공원에 위치한 상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캐빈에서 내려 정상에 위치한 송도스카이파크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태종대가 손에 잡히는 듯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부산항 남외항의 묘박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배가 쉬며 잠자는 곳이다. 크고 작은 배 수십척이 일정한 간격으로 떠 있다. 서쪽으로는 너구리 꼬리 모양 길쭉하니 뻗어내린 암남공원 끝자락이 아득하니 자리 잡고 있다. 시간만 있다면 숲길 따라 공원 끝까지 갔다오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많은 관광객이 암남공원의 더 높은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스카이파크에는 ‘사진 찍는 남자’ 등 다양한 청동조각상이 관광객을 맞았다. 대구에서 휴가나온 아들이랑 남편과 함께 부산 송도를 찾은 50대 여성은 “송도해상케이블카가 29년 만에 재개장했다는 뉴스를 보고 왔다”며 “케이블카의 스릴은 물론이고 더넓게 펼쳐진 쪽빛 바다하며 상부전망대 주변의 공원 풍광에 진짜 힐링이 되는 느낌”이라고 감탄했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보는 해상케이블카도 일품이다. 대만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2명은 두 개의 케이블을 통해 오고 가는 캐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특별한 공간…국내 최초 케이블카 사이언스 뮤지엄
송도해상케이블카에는 국내 다른 케이블카와는 다른 특별한 공간이 있다. 송도해상케이블카와 세계 최고의 케이블카 기업인 오스트리아 도펠마이어사가 제휴해 조성한 국내 최초의 케이블카 사이언스 뮤지엄 ‘송도 도펠아미어 월드’이다. 247㎡ 규모의 전시관에는 케이블카의 역사와 과학, 기술, 산업동향, 미래산업이 펼쳐진다.
특히 세계 최초의 순환식 곤돌라 첫 모델인 빈티지 캐빈과 도펠마이어에서 개발한 최첨단모델인 D-라인 6인승 럭셔리 체어리프트에서 3D영상을 보면 실제로 체어리프트를 탄 것 같은 체험이 가능하다. 과학전시관은 교육과 체험이 동시에 가능한 케이블카 뮤지엄에서 방문객들이 유쾌한 상상력을 펼치게 한다. 케이블카의 과학적 원리는 케이블카를 방문하는 학생과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미래의 과학인재를 꿈꾸게 한다.
◆송도해상케이블카 연간 이용객 최대 200만명 예상
‘부산에어크루즈’로 명명된 송도해상케이블카는 대원플러스그룹이 약 700억원을 투자, 향후 20년간 운영한다. 이 그룹은 2011년 최고 높이 301, 지상 80층 규모로 세계에서 8번찌로 높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두산위버더제니스’를 완공,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도시로 변모시켰다. 대원 측은 이미 보유 중인 송도 일대 부지 1만1800여㎡를 부산 서구에 기부채납했다.
송도해상케이블카 이용요금은 여수해상케이블카와 비슷한 수준인 어른 왕복기준 일반캐빈은 1만5000원, 크리스털캐빈은 2만원으로 책정됐다. 송도해상케이블카 관계자는 “여수보다 2배 이상의 사업비가 들었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요금을 결정했다”며 “남항주차장을 1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원플러스그룹은 연간 탑승객이 180만∼2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970년대 이전 전국 최대관광지였던 송도해수욕장의 옛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삼섭 대원플러스그룹 회장은 “그동안 부산이 관광콘텐츠가 부족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불러모으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 송도해상케이블카가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