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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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습기살균제 천식 피해자도 기금 지원 ‘가닥’

관련성 입증할 과학적 근거 부족해 / 구상권 소송 어려워 구제계정 적용 / 정부, 천식 피해질환으로 인정 전망
가습기살균제 폐섬유화 3∼4단계(관련성 낮음·거의 없음) 피해자 지원을 위해 조성된 기금(특별구제계정·이하 구제계정)이 천식 피해자들에게도 지원될 전망이다. 구제계정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들의 납부금으로 이뤄진 것인데, 환경부는 여기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5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 피해자 단체와 환경부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달 30일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의논했다.

구제계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및 원료물질 사업자들이 낸 125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말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폐섬유화 환자들(1∼2단계·관련성 높음)은 정부로부터 구제급여를 받았다. 그런데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탓에 구제급여는 예산편성이 아닌 구상권 청구소송(정부가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다시 받아내기 위한 소송)을 전제로 지급됐다. 이는 피해자 인정 범위를 넓히는 데 걸림돌이 됐다.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은 구제급여와 별도로 구제계정을 조성해 3∼4단계 피해자도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조만간 폐섬유화 외에 천식도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 이외 질환검토위원회의 검토 결과 천식과 가습기살균제의 관련성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폐섬유화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구상권 소송이 어려울 수 있어 구제계정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사과를 공약한 만큼 구제계정에 예산을 투입하는 문제를 놓고 부처 간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애초에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포괄적인 배상을 추진해야 했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구제라는 애매한 개념을 다시 급여와 계정으로 나눠 복잡해졌다”며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