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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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임대주택이 호텔 객실처럼 변했어요”

서울시·롯데호텔, 물품 지원 협약 / 입주 105가구에 TV·침대 등 설치
“세간살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6일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 조모(64)씨는 방에 들어온 침대와 TV, 탁자 등을 보며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조씨는 노숙인 자활을 돕는 ‘햇살보금자리’의 도움으로 지난 1년간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임대주택에 입주할 보증금을 모아왔다. 이날 처음 이사 온 조씨는 텅 빈 새집이 하나둘 채워지자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며 “진짜 내 집을 갖게 된 실감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와 롯데호텔이 조씨처럼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자활 노숙인의 집을 호텔 객실물품으로 채워준다. 시와 롯데호텔은 롯데호텔 리모델링으로 교체되는 TV·냉장고·가구 등 1만2048점의 물품을 노숙인 105가구에 배달해 설치해 준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물품 기증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세간살이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자활 노숙인을 돕기 위해 시작됐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노숙인들은 보증금과 임대료는 지원을 받지만, 가구를 비롯한 생활용품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시는 최근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노숙인 중 세간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을 추천받아 105가구를 선정했다.

물품 전달에 드는 비용 3000만원은 한국 구세군 기부금과 시민의 참여로 조달했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는 ‘쉐어앤케어(Sharencare)’ 사이트에 이사 비용 모금 캠페인을 지난달 29일부터 진행했다. 쉐어앤케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캠페인을 공유하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을 이용해 기부금을 모으는 사이트로 1587만원이 시민들의 참여로 모금됐다.

시는 2015년부터 서울시내 14개 특급호텔과 협약을 맺어 호텔 객실에서 쓰던 물품을 기증받아 노숙인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해 왔다. 지난 2년간 4억9900만원 상당의 객실물품 10만3673점이 후원됐다.

김용복 서울시 복지본부장은 “교체되는 객실 물품을 지원해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이번 사업은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모범사례”라며 “물품 기증을 활성화해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 입주지원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