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11년 11월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
9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듬해 총·대선을 앞두고 불리하게 돌아가는 ‘민심’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대 선거의 전초전 격인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을 야권(박원순)에 내준 이유로 SNS를 지목했다. 국정원은 보고서 첫머리에서 “여권이 야당·좌파에 압도적으로 점령당한 SNS 여론 주도권 확보작업에 매진, 내년 총·대선 시 허위정보 유통·선동에 의한 민심왜곡 차단 필요”라고 밝혀 보고서가 의도하는 바를 분명히 했다.
국정원이 기획한 ‘트위터 파고들기’의 핵심요체는 청년층을 겨냥해 보수 유명인사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여러 매체로 전파해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를 위해 ‘보수권 적합 인물·사건·문화 콘텐츠 영역 확대로 이슈 주도권 확보’란 소제목 하에 “SNS 주 이용계층인 20∼40대 네티즌 간 인기·교감도가 높은 건전 성향 유명인을 온라인상 보수 목소리를 대표하는 ‘파워 아바타’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명 연예인·스포츠 스타·유력 보수권 인사 등으로 보수진영 의견을 측면지원할 수 있는 멘토단을 구성, 각종 논쟁 발생 시 여론왜곡을 방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정원은 이를 위해 대표적 보수성향 소설가 이모씨, 유명 모델 김모씨, 경제단체 대표 김모씨, 개그맨 K씨의 실명을 적시했다.
국정원은 “범여권 주요 단체·인물들의 홈페이지·블로그 등 인터넷과 SNS 간 실시간 링크·소통공간 확대 등 연동기능 강화로 사용자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수진영이 운용할 수 있는 매체들을 전부 연계해 보수 여론을 총결집, 확산시키자는 얘기다. 국정원은 “뉴스○○○·○○신문·○○○미디어협회 등 온라인 보수진영 시스템 연동 및 역량 결집을 통해 SNS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수 언론 활용책도 제시했다.
국정원은 장기적으로는 페이스북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트위터에 비해 우파 점유율이 양호한 페이스북 집중 공략을 통해 건전세력의 ‘전략적 파워 커뮤니티’ 구축 및 여론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국정원은 이를 위해 ‘(오프라인) 모임 결성’과 ‘광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페이스북은 ‘무제한 글쓰기’ 등이 가능해 빠른 소식 전달에 유리한 트위터와 달리 가입자의 관심사 및 학교·지역 등에 따라 긴밀한 관계의 커뮤니티 형성에 주안을 둔다”면서 “우선 내년 총선에 대비, 입지자들의 ‘출신 학교·지역 커뮤니티’ 등에 대한 활동 강화 지침을 하달, 튼튼한 뿌리 조직 착근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은 오프라인 상의 연고에 기반한 여론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정원은 페이스북 이후의 미래 전략에 대해서도 짚었다. 국정원은 “트위터·페이스북 중심인 현 SNS 구조가 2∼3년 내 신종 매체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상현실’ 등 차세대 SNS 매체 장악에 선제 대비해야 한다”며 “(가상현실과 관련한) 아이템 형태로 거래되는 건물·광고판·서적 등 인프라 선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민순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