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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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따라가? 내맘을 따라가! “잘하는 음악할 것”

정규앨범 ‘T-WITH’로 돌아온 김태우
  “효리 누나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제는 체력이 달려서 못하겠다고 볼멘소리를 하네요. 그래도 역시 멋있죠. 트렌드를 따르기보단 자기 것을 한다는 걸 보여주잖아요.”

10일 서울 성수동 소울샵엔터테인먼트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김태우는 4년 만에 컴백한 이효리에 대한 반가움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세대 아이돌로 최정상 인기를 구가했던 둘이다. 홀로서기에 성공해 20년 가까이 ‘가수’로 무대에 서는 몇 안 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고 계속하고 있죠.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옛날 가수’ 김태우는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3일 발표한 정규앨범 ‘T-WITH’는 타이틀곡 ‘따라가’만 반짝 차트 상위권에 올랐을 뿐. 일주일이 지나자 주요 음원차트에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새 앨범이 나와서 음원 사이트에 소개가 됐는데 다른 가수들 신곡이 쏟아지면서 다음 날 바로 밀려나더라고요. 요즘은 음악을 빨리 쓰고, 빨리 내고, 빨리 소비되면 또 새로 내고 이렇게 돌아가요. 1위곡마저 며칠 만에 바뀌니 ‘히트송’이란 게 없어지게 된 거예요. 저도 옛날 가수라 이 시스템에 발맞춰 가기가 좀 버겁죠.”

요즘 음악은 음반이 아닌 곡 단위로,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소비되는 게 주류다. 한 해 1만곡 이상 쏟아져 나오는 음악시장에서 팬덤 없이는 공들여 낸 앨범도 쉽게 묻힌다. 너무도 달라진 대중음악 소비 실태에 김태우는 불만이 많았다. 음악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생각에 화도 났다. 하지만 지금은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시장 흐름을 따르려 노력한다. “대중음악은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는 게 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김태우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장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부지런히 분석한다.


김태우는 음악 소비 패턴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재 음원시장에서 노래의 가치가 낮아질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계속 노래하는 이유에 대해 “재미있기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소울샵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흐름을 보면 전반적으로 차트 상위권 노래는 다 잔잔하고 말랑말랑해요. 카페에서 듣기 좋은 노래, 다른 일을 하면서 틀어놓을 수 있는 편안한 노래를 대중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헤이즈와 볼빨간사춘기 노래가 그렇고 최근 지드래곤과 지코도 래퍼이지만 멜로디컬하면서 비교적 잔잔한 노래를 발표했잖아요.”

자신은 파워풀한 창법을 구사하는 솔로 남자가수로서 매력을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그는 이번 앨범에서 다시 한번 시원하게 내질렀다.

“고민이 많았어요. 말랑말랑한 노래를 써놓고, 받아보기도 했는데 이런 건 이미 잘하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접합점을 찾았죠. ‘따라가’는 트렌디한 음악은 아니지만 사운드적으로 올드 하지 않고 원래 제가 갖고 있는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맞춰 가는 거죠. 만족해요.”


‘그래 네 맘을 따라가 그 빛을 따라가/ 이 노래가 멀리 울려 퍼질 때/ 느끼지 못했던 또 하나의 너를/ 사랑한 세상 찾을 거야.’(‘따라가’ 중) 흐름에 맞춰 가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따르겠다는 그의 생각은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음악방송은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아이돌 그룹의 출연이 많아 라이브여도 대부분 사전녹음을 한다. 그 가운데 김태우는 라이브를 고수한다. “저만 진짜 라이브를 하니까 방송으로 보니 제가 노래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한숨)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어요. 제 마지막 고집이죠.” ‘고집’은 그가 ‘가수 김태우’를 지켜나갈 수 있는 이유이자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김태우는 제작자로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반기 후배 가수 ‘키스’의 새 앨범과 4인조 밴드 데뷔를 준비 중이다. 음악작업, 방송활동, 후배 양성 등으로 바쁜 중에도 김태우의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작업실 한쪽에 놓인 액자 속 가족사진이 힌트를 준다. 김태우는 1세대 아이돌 중엔 드물게 일찍 가정을 꾸려 세 아이를 뒀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저도 아이들을 위해 살고 있어요. 옷, 차, 시계 이런 데에 돈을 쓰기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을 만한 마당이 있는 집을 갖고 싶어요. 아, 곧 둘째 지율이의 생일이에요. 그날은 스케줄을 비워 놨어요. 아이들이랑 실컷 놀아줄 생각이에요.”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