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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 정치 개입' 파문] “MB정권 ‘권력 사유화’ 의혹 수사로 철저히 규명해야”

법조계·정치권 등 전문가 제언 / ‘SNS 장악’ 보고서 靑 인지 등 조사 / 미온적 대처 檢도 수사 대상 포함 / 시민단체 등 당시 檢 고발하면 돼 / 일부 특검도입 등 적극 대처 주문
세계일보가 국가정보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및 야권 정치인 사찰 보고서 등을 공개함에 따라 12일 정치권과 전문가들, 시민단체, 법조계에서 검찰 수사를 통해 이명박정부의 ‘권력 사유화’에 대한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국정원 보고서를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선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확보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이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부정한 공모관계’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정원은 물론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 앞 진입 통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 모습. 최근 ‘SNS 장악’ 보고서 등을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빚고 있는 국정원은 국내정보 수집을 담당했던 2차장 산하 일부 국 및 지방지부를 일괄 폐지하기로 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수사 착수 필요”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 자행했던 국정원의 잘못된 행태를 분명히 정리하고 법적 책임이든, 관계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든 책임을 지워야 한다”면서 “원세훈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SNS 장악 문건 등 새롭게 드러난 증거를 받아들여 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검찰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시민단체 등이 당시 검찰을 고발하는 방법으로 검찰이 스스로 수사해 낱낱이 의혹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정치학)는 “여야, 시민단체가 함께 국정원의 진상조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정치권이나 법조계 등으로 한정할 경우 국민 여론을 호도하거나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검찰이 갖고 있는 나머지 702건의 보고서도)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SNS 장악 보고서 등과 관련해) 청와대가 어느 선까지 인지했는지, 인지하고 소극적으로 묵인해 사실상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허용한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승인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특검을 꾸려서든 강제력을 동원한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규명해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는 국정원의 병폐가 계속 반복돼 왔고 개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가 공개한 ‘SNS 장악’ 보고서의 법률검토를 맡은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사건 은폐 의혹이 있는 검찰에 대해 수사를 펼쳐야 한다”며 “이번에 과거의 관행과 결별하지 않으면 계속 검찰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허 변호사는 또 “지금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국정원 보고서를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개, 국민들이 정보기관의 과거 불법적 행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애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 간사는 “정치보복이라는 야권의 주장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기존의 국정원 관련 사건을 원점에서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간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도 원점에서 재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진실 밝히고 실정법 위반은 법대로 처리”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12일 “MB정권이 정치공작을 자행한 것은 국가정보기관을 국민이 아닌 MB 권력에 맹목적 충성을 하는 집단으로 전락시킨 ‘희대의 권력일탈 사건’”이라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음습한 정치공작을 획책한 것은 무슨 변명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오직 진실만을 밝히고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범계 최고위원은 “국정원장이 원세훈 심리전단 댓글 공작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대선개입 정황으로 보이는 SNS 장악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임을 시인했다”며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적폐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정진우 부대변인은 “문건이 당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는 진술이 이미 확보되어 있다고 한다.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며 “검찰은 조속히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떠한 성역이나 예외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부대의 활약이 청와대와 교감 하에 이뤄졌다면, 정부가 나서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청와대 어느 선까지 해당 사실이 보고됐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속한 입장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정 최고책임자의 재가 아래 국가안보기관이 선거공작에 나섰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을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국정원의 적폐청산 TF 가동을 두고 “과거 사건을 미화하고 조작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국정원 TF를 통해 국정원에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것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 역시 “국정원 재조사 사건 13건은 누가 봐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리스트로 읽힌다”며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가정치원이 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민순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