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 시인 |
한여름 빳빳하게 풀 먹인 모시 적삼을 입은 할머니가 보퉁이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시인은 순간, 큰소리로 어머니! 하고 부를 뻔한다. 시인은 할머니 앞으로 가서 구겨진 적삼 자락도 펴주고, 보퉁이 짐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을 애써 접고 그녀 뒤를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앞서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인은 아버지 기일에 맞춰 ‘솔갯재’에 ‘민들레 망초꽃’을 이고 누워 계신 어머니가 오시는 것으로 생각한다. 불볕더위에 시인과 매미가 함께 울음을 쏟는다.
할머니가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는 시인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그녀 등 뒤에 슬쩍 서고 싶다. 이제 나도 어머니처럼 누군가의 뒤에서 조용히 배웅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박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