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로구에 위치한 S 피부과를 방문해 레이저 패키지 시술을 받은 김모(31·여)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장 세금을 제외한 금액만큼 카드로 일시불 결제를 해야 하는데 일정 기간 안으로 이를 다시 현금으로 납부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가세만큼을 추가로 결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병원 원칙이라며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업무에 쫓겨 한 달 간 병원을 가지 못했던 사이 김씨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고 시술을 위해 다시 방문을 하자, 이미 현금 납부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면서 갑자기 18만원의 세금을 더 낼 것을 종용했다.
‘소득있는 곳에 조세있다’는 원칙이 유독 고소득자영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 각종 미용 관련 시설들에서는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놓고 ‘현금 박치기’를 유도하는 경우가 심심찮다. ‘현금으로 결제 시 20% 할인’ 등의 문구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병원비 등을 절약하기 위해 병원 등의 탈세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16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국세청이 탈루 위험이 높은 고소득 자영업자 96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신고한 총소득은 1조5585억원이었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 새롭게 드러난 소득은 1조17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정상적으로 신고 됐어야 할 소득(신고소득+세무조사 결과 드러난 소득)이 2조7326억원인데 43.0%를 신고하지 않은 셈이다. 정상적으로 신고됐어야 할 소득 대비 세무조사로 추가로 밝혀진 소득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적출률은 2011년 37.5%였으나 2012년 39.4%, 2014년 47.0%까지 치솟았다가 43%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소득 적출률이 높다는 것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철저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신고하지 않고 숨긴 소득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해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고소득 자영업자 중 고소득 전문직(변호사, 세무사, 의사 등)으로 한정하면 탈세율이 다소 줄어들지만 그래도 20%를 넘는다. 국세청이 2015년 탈루 위험이 큰 고소득 전문직 209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신고하지 않은 소득은 총 1499억원으로, 소득 적출률은 25.1%로 파악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 적출률은 탈루 위험이 큰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조사 실적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전체의 탈세율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탈루 위험이 큰 대상만 추출해 국세청이 조사했기 때문에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으로 확대하면 탈세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납세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는 월급쟁이들의 조세 저항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