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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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뻔뻔한 사람들은 왜 그런가

죄책감·수치심 비슷한 것 같지만 달라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반발 일어나
끔찍한 범죄 사건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이런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태도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절대로 반성하거나 잘못했다는 반응이 전혀 없다. 마치 무감각하고 전혀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김모양이 구속된 상황에서의 여러 행동에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반성하기는커녕 지나치게 당당한 태도다. 피해자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나도 지금 힘든데 내가 왜 지금 피해자 부모한테 미안해해야 하느냐”라는 답을 했다. 뻔뻔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범죄에 대해 전혀 잘못을 못 느끼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오죽하면 가해자는 ‘웃고’ 피해자만 ‘운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이런 끔찍한 범죄까지 아니더라도 잘못을 저지르고도 도리어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이 많다.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감정은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다른 것이다. 죄책감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수치심은 자신 그 자체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다.

가령 ‘그 일을 막기 위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음 행동을 취할 때 한번 더 생각하고 이전에 했던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또 자신이 한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한다.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이를 위한 보상을 한다. 자신의 행동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죄책감은 진정한 반성으로 인해 자신을 고쳐 나갈 수 있다.

반면 수치심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 나는 형편없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자신의 전체 모습에 영향을 주는 감정인 것이다. 자신이 정한 기준이 높은 사람은 이런 수치심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때로 스스로 더 훌륭한 사람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 눈에 나쁘게 비쳐질 것에 계속 집중하고 자신이 평생 나쁜 사람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은 자신의 자존감을 낮아지게 한다. 수치심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런데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나서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수치심을 느끼게 될 때 도리어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한다. 이렇게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보이고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도리어 다른 사람 탓을 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거나 피해자가 더 문제가 있다는 식의 자기 방어가 일어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은폐하기 위한 더 나쁜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하게 된다. 이렇게 심한 자기 방어기제로 인해 자신이 결백하고 억울하다고까지 주장하게 된다.

죄책감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가지게 하고 자신의 행동을 바꾸게 한다. 이런 죄책감 없는 수치감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뻔뻔한 감정이다. 이러한 뻔뻔함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 특히 지킬 게 많은 권력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평소에 좀 더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만이 해결방법일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